우주항공 분야 미국과의 기술격차, 한국은 12년 중국은 6년

입력
2024.02.29 17:10
수정
2024.02.29 17:5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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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기술 수준·격차, 중국에 첫 추월
中, 양자·인공지능 등 우리나라 앞서
"미·중 무역분쟁이 기술발전 앞당겨"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개막 이틀째인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 내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 부스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바르셀로나=연합뉴스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개막 이틀째인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 내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 부스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바르셀로나=연합뉴스

우리나라에 중요한 국가핵심기술 수준이 중국에 비해 뒤떨어졌다는 정부의 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해당 평가에서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도 기술수준평가 결과'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57회 운영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격년으로 발표되는 기술수준평가는 11대 분야 136개 국가적 핵심기술의 논문·특허 지표 등을 주요 4개국(미국·유럽연합·일본·중국)과 상대적으로 비교·분석해 내리는 평가다.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미국을 기준점으로 삼고, 나머지 4개국이 미국에 비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핵심이다.

평가 결과, 2022년 우리나라 '기술 수준'은 미국(100%) 대비 81.5%고, 미국과의 '기술 격차'는 3.2년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평가보다 양 지표 모두 호전되긴 했으나, 처음으로 중국에 역전된 게 뼈아픈 지점이다. 2020년 평가에선 기술 수준의 경우 우리나라가 미국 대비 80.1%로 중국(80.0%)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지만, 이번 평가에선 중국이 82.6%로 크게 뛰어올랐다. 기술 격차 역시 2020년엔 우리나라와 중국이 동일하게 3.3년 벌어진 것으로 평가됐으나, 2년간 중국은 이를 3.0년으로 단축했다.

특히 중국은 반도체·이차전지 등이 포함된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여러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총 7개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수준이 우리나라를 앞섰고, 2개 분야에선 기술 수준이 동일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양자·인공지능·차세대 통신 분야에선 중국이 강점을 드러냈고, 미국과의 기술 격차도 1년 내외에 불과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기술 수준을 보유한 반도체·디스플레이(89.0%), 이차전지(100%) 분야도 중국이 각각 84.4%, 94.3%까지 따라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각물_주요 5개국 기술 수준·격차 추이. 그래픽=김대훈 기자

시각물_주요 5개국 기술 수준·격차 추이. 그래픽=김대훈 기자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최근 급격하게 빨라진 것은 미중 무역분쟁 덕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한진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초빙교수는 "2018년 트럼프 정부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된 시점부터 중국은 분쟁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반도체 굴기를 꾀하는 등 기술 개발을 강화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원래 학문적으로도 이공계 분야가 탄탄했고, 이제 산업 등 응용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샤오미와 화웨이 같은 중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은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 중 우주항공·해양에서 55.0%로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과의 기술 격차는 무려 11.8년이었다. 이는 중국(5.8년)의 2배 수준이다. 과기정통부는 "초격차를 유지하고 미래 생존 필수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진단하면서 "특히 우주항공·해양 분야는 중·장기적 관점의 개발 계획을 지속하고 국제 연구개발 참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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