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보다 더 치열한 표대결...주총 시즌 맞은 재계 관전포인트 넷

입력
2024.03.14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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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표대결 경영권 다툼 ②행동주의 펀드 목소리
③주주환원 확대 ④신성장 동력 추가

올해도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사진은 지난해 3월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모습. 연합뉴스

올해도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사진은 지난해 3월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모습. 연합뉴스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됐다. 이번 주를 시작으로 이 달 마지막 주까지 상장사를 기준으로 2,000여 개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금호석유화학, KT&G, 고려아연, 한미사이언스 등 경영권과 주주환원 등을 놓고 치열한 표 대결이 예고돼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린다. 게다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행동주의 펀드가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올해 주총을 열쇳말 4개로 짚어봤다.


①경영권 두고 표대결 치열한 기업들

장형진(왼쪽) 영풍그룹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제공

장형진(왼쪽) 영풍그룹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제공


19일 열리는 고려아연 주총에서는 75년 동안 함께 제련(광석을 가공해 금속을 추출하는 공정) 사업을 이끌어 온 장씨(영풍)·최씨(고려아연) 두 가문의 다툼이 결론날 예정이다. 고려아연이 2월 이사회에서 주총 안건으로 1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 승인과 신주인수권 및 일반 공모 증자 정관 변경 등을 정하자 영풍이 이를 반대했다. 영풍은 배당금을 2022년(결산 기준 1주당 1만 원) 수준으로 되돌리자는 안건을 올렸고 정관 변경엔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의 요구가 지나치다며 회사가 제시한 안건대로 처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33.2%)과 장형진 영풍 고문 측(32.0%) 지분 차이가 크지 않다. 양측은 개인 주주 의결권 위임장 확보와 찬성표를 던져 줄 소액주주 확보를 위한 여론전에 힘을 쏟고 있다. 심지어 75년 동업이 무색하게 감정 섞인 말까지 주고받고 있다.



28일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주 총회에서는 경영권을 두고 가족 간 표 대결이 예상된다. 한미약품그룹은 1월 OCI그룹과 통합을 발표했는데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반대하며 창업주 아내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 11명의 이사 후보 중 다득표순으로 최대 6명을 선임할 예정이다. 송 회장 측에서는 임주현 사장,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등 6명을 추천했고,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자신들을 포함해 6명을 제안했다가 한 명이 자진 사퇴했다. 현재 송 회장 측 지분은 31.87%, 장·차남 측 지분은 28.42%로 맞서고 있는데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 국민연금(약 7%)과 나머지 소액주주의 표심이 이사진 구성을 결정할 전망이다.

다만 어느 한쪽이 승복하거나 압도적 득표율 격차가 나오지 않는 이상 주총 무효 소송 등으로 잡음은 계속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②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 요구 목소리 커져

박찬구(왼쪽)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

박찬구(왼쪽)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


올해 주총장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도 크게 들릴 예정이다. 과거에도 행동주의 펀드 중심의 주주 제안이 이뤄졌지만 그 영향이 크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주주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리는 만큼 소액주주의 주장도 무시하기 힘들다.

과거 '조카의 난'을 겪은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와 장외 설전 중이다.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기보유 자사주(지분 18.4%) 전량을 소각하라는 주주 제안을 냈지만 박 회장 측은 3년 동안 50%만 소각하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개인 최대주주로 2021년, 2022년 주총에서 박 회장 측과 경영권 확보 경쟁을 벌였다. 박 회장 측은 차파트너스가 사실상 박 전 상무를 대리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차파트너스는 주주가치 제고 활동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와 IBK기업은행은 28일 열릴 KT&G 주총에서 방경만 사장 후보자(현 수석부사장) 등 KT&G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 선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기업은행은 KT&G 지분 7.11%를 가진 최대주주다. 기업은행과 FCP가 방 수석부사장의 대표 선임에 반대하면서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특히 FCP는 올해 KT&G 경영진을 적극 견제하고 있다. KT&G는 올해 주총에서 FCP가 주주제안으로 제시한 집중투표제도 받아들였다. 집중투표제에 따르면 다수의 이사직에 대해 주주가 그 자릿수만큼 복수의 투표권을 특정 이사에게 집중해 행사할 수 있다. 투표 결과 다득표순에 따라 상위 득표자 두 명이 이사로 선임된다.



③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에 기업도 자사주 소각으로 화답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정부가 올해 초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세워 기업 가치를 높일 것을 요구하면서 주요 기업들은 앞다퉈 주주환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삼성물산은 자사주의 약 3분의 1 규모인 약 1조 원어치를 소각하고 보통주 주당 2,550원(우선주 2,600원)을 배당한다. 이 회사는 앞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연합으로부터 주당 4,500원(우선주 4,550원)으로 배당을 늘리고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회사 안을 주총에서 확정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자사주를 3년 동안 1%씩 소각하는 동시에 배당도 늘리기로 했다. 2023년 기말 배당금을 역대 최대인 주당 8,400원으로 정하고 분기 배당도 계속 실시한다. 기아도 자사주 약 5,000억 원어치를 소각하고 기말 배당금을 전년 대비 2,100원 늘어난 주당 5,600원으로 올려 주총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7,936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모두 소각한다. HD현대건설기계, SM엔터테인먼트 등도 자사주 소각 계획을 주총 안건으로 올려뒀다.



④신사업 추가로 신성장동력 확보

7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에서 박지원(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이 이 회사가 생산하는 장비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7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에서 박지원(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이 이 회사가 생산하는 장비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신사업을 추가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노력도 올해 주총장에서 엿볼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주총에서 항공기 엔진 제작과 각종 엔진·추진체 보조기기 부품 제작·정비·판매 및 서비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기존 발전용 가스터빈의 노하우를 항공엔진으로 넓혀 관련 핵심 소재 및 부품 제작을 위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국방과학연구소의 항공용 엔진 국산화 개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수소 사업에 나서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신사업으로 수소 사업과 탄소포집·활용·저장 사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도 청정 암모니아, 수소 관련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 목적에 수소 및 수소화합물 등을 추가하기로 했고, 롯데정밀화학도 수소 및 수소에너지 사업을 포함할 예정이다. HD현대는 신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사업 목적에 넣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사업 영역 확장에 대비해 이차전지 소재 원료 제조·판매, 수출입업, 가공업 등을, 현대글로비스는 폐전지 판매·재활용업, 비철금속제품의 제조·판매업을 추가한다.

강희경 기자
이재명 기자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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