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피해자 지표 되길..." 세월호, 남겨진 이들 10년의 기록

입력
2024.03.11 16:54
수정
2024.03.11 17:01
24면

유족의 삶 담은 '520번의 금요일' 출간
"갈등도 다 공개... 다른 피해자와 연대"
단원고 생존학생 등 인터뷰집도 발간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서 세월호 10주기 기록집 '520번의 금요일'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서 세월호 10주기 기록집 '520번의 금요일'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아들·딸·동생을 잃은 엄마와 아빠, 언니, 누나가 한데 모였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후 10년을 어떻게 살아냈는지 보고하는 자리였다. 긴장한 표정으로 취재진과 마주한 유족들은 기자간담회 내내 “우리가 살아온 지난 10년이 다른 참사 피해자들에게 지표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520번의 금요일’이란 책 한 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2022년 봄부터 약 2년 동안 발품을 팔아 만든 세월호 참사의 공식 기록집이다. 안산 단원고 피해자 가족 62명과 연대를 표한 시민 55명을 148회 인터뷰하고, 참사 관련 기록을 꼼꼼히 훑어 책으로 엮어냈다.

책에는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그간 활약상 외에도 아픔을 견뎌온 유족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간 ‘그날’의 기억부터 매일 가족의 절규가 가득했던 인양 현장, 배상금을 둘러싼 갈등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세월호 참사를 풀어냈다.

이날 간담회에서 고(故) 지상준군의 어머니 강지은씨는 “각자 복잡하고 사정이 많았는데 단순히 돈 문제로 치부돼 상처를 받았다”며 “세월호 유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재난이나 참사가 벌어졌을 때 배·보상 문제로 겪을 수 있는 갈등이 재발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가감 없이 (갈등까지) 담았다”고 말했다. 김종기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미래 세대가 같은 참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국가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 10년을 견뎠다”고 밝혔다. “조직을 꾸려보거나 가입해 본 적도 없는 평범한 부모들이 모여 이 정도나 해왔다. 서로를 칭찬해주고 싶다”고도 했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10년간의 활동 기록을 담은 '520번의 금요일'(왼쪽)과 세월호 생존자와 희생자의 형제자매 등 젊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의 표지 사진. 온다프레스 제공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10년간의 활동 기록을 담은 '520번의 금요일'(왼쪽)과 세월호 생존자와 희생자의 형제자매 등 젊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의 표지 사진. 온다프레스 제공

작가기록단은 단원고 생존자 9명, 희생자의 형제자매 6명, 20대 시민 연대자 2명 등을 인터뷰한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도 함께 펴낸다. ‘젊은’ 재난 피해자가 겪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와 슬픔, 상처를 딛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담겼다. 유족의 범주가 ‘부모’로 한정되면서 희생자 형제자매들이 겪었던 배제의 기억과 수학여행을 가지 않아 친구를 잃고도 등교해야 했던 일부 학생들의 아픈 기억도 새롭게 짚어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생존자 김주희씨는 “참사 당시 ‘어린아이들이 힘들 것’이라는 전제하에 생존자들의 의사를 아예 묻지 않는 분위기였고, 우리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친구의 장례식도, 학교도 갈 수 없었다”며 “(나중에)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결국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고 박성호군의 누나 보나씨도 “4월, 봄, 바다, 기울어진 이미지를 보면 아직도 마음이 힘들어 어떻게 바로 설지에 대한 감각을 10년째 배우고 있다”면서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고 살피는 방법에 대해 같이 고민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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