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성지 예배 무슬림에 '곤봉 폭행' 논란... 아슬아슬 시작된 라마단

입력
2024.03.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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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곤봉 폭행' 출입통제 논란 확산에
요르단 "성지 막으면 폭발적 상황 야기"
하루 만에 통제 줄었지만… 갈등 일촉즉발

이슬람 성월 라마단 첫날인 11일 밤, 한 어린이가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앞 거리에 배치된 이스라엘 국경경찰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이슬람 성월 라마단 첫날인 11일 밤, 한 어린이가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앞 거리에 배치된 이스라엘 국경경찰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휴전에 이르지 못하고 11일(현지시간)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이 시작된 가운데, 첫날 전야부터 종교 갈등의 불씨가 피어올랐다. 이스라엘 경찰이 무슬림의 성지 입장을 폭력적으로 막아서자 이슬람권 이웃 국가까지 나서 경고를 보냈다. 이스라엘이 출입 통제를 늦추며 일단 위기는 넘겼지만, 외신은 라마단 기간 아슬아슬한 종교 갈등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사원 통제 논란'에 요르단 "신성성 모독은 불장난"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에 "알아크사 사원의 신성성을 모독하는 것은 불장난"이라며 "성월(라마단)에 신도들이 알아크사 사원에 들어갈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그들의 종교적 의무와 의식을 가로막는 일은 폭발적 상황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파디 장관의 발언은 전날 밤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슬람 성월 라마단 시작(11일)을 앞두고 10일 팔레스타인 무슬림들이 성지 알아크사 사원으로 몰렸으나, 길목마다 배치된 이스라엘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이스라엘 경찰이 10일 알아크사 사원에 들어가려는 무슬림들을 구타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가 게시한 영상에서 이스라엘 경찰들은 알아크사 사원으로 이어진 골목에서 사람들을 곤봉으로 내리치며 내쫓는다. 특히 젊은 남성의 출입이 강하게 통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논란 하루 뒤인 이날 밤엔 알아크사 사원 주변의 통제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NYT는 "전날 이스라엘 경찰이 엄격한 통제를 펼친 것과는 대조적으로, 수천 명의 무슬림이 알아크사 사원으로 들어갔다"며 "수많은 남녀가 밀집된 경찰과 군인을 뚫고 방해 받지 않고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알아크사 사원을 관리하는 이슬람 종교재단 '와크프'를 인용해 "이날 약 3만5,000명의 무슬림이 알아크사 사원 내부에서 기도했다"고 전했다.

라마단 기간 알아크사는 '일촉즉발'

이슬람 성월 라마단이 시작된 11일 팔레스타인인들이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위치한 알아크사 사원에서 저녁 예배(타라위)에 참석해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이슬람 성월 라마단이 시작된 11일 팔레스타인인들이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위치한 알아크사 사원에서 저녁 예배(타라위)에 참석해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알아크사(알아크사 사원·바위돔)는 이슬람에서 메카·메디나에 이어 세 번째로 성스럽게 여겨지는 곳이지만, 이슬람·유대교·기독교의 공동 성지여서 여러 차례 종교 갈등이 불거져 왔다. 지난해 4월 라마단 기간에도 알아크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 간 충돌이 발생했고, 하마스는 10월 7일 공격도 '성지가 위협받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감행했다. 당시 공격을 '알아크사 홍수'라고 명명하기까지 했다.

지난 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라마단 기간 동안 안전을 유지하는 선에서 예배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라마단 첫 주 동안 예배자들의 성전산 입장은 예년과 비슷하게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주간 안전 평가에 따라 (후속) 결정을 내리겠다"며 통제 가능성을 열어뒀다.

라마단 전야부터 한바탕 논란을 겪은 알아크사는 무슬림들이 몰릴 라마단 기간 내내 일촉즉발 상태일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알아크사를 둘러싼 작은 긴장도 전체 (중동) 지역을 휩쓰는 더 큰 전쟁, 특히 종교적인 갈등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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