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원 1인자가 교체 촉구… 미국, 네타냐후 ‘멋대로’에 초강수

입력
2024.03.15 18: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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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머 원내대표 “국익보다 정치적 생존”
당내·지지층 동요에 편들기 인내 한계
공화·이스라엘 반발… “가자 29명 사망”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14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상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14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상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상원 1인자가 이스라엘에 정권 교체를 촉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탕 작전이 지속되면서 그를 편들던 조 바이든 행정부에까지 불똥이 튀자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스라엘과 공화당은 강하게 반발했고, 내정 간섭 논란과 외교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외톨이 안 돼… 새 선거가 유일한 길”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14일(현지시간) 상원 회의 연설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에 최선인 이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그는 길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쟁 수행 과정에서) 가자지구 민간인의 과도한 희생을 초래했고, 그것은 이스라엘을 국제사회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지지를 받는 지경으로 몰아넣었다”며 “이스라엘은 외톨이가 되면 생존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슈머 원내대표는 “매우 많은 이스라엘인이 정부의 비전과 방향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이 중대한 시점에 나는 새로운 선거가 이스라엘의 건전하고 개방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허용하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다”고 주장했다. 선거를 통한 네타냐후 정권 교체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조율된 발언은 아니라는 게 백악관 설명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민간인 사상자 발생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스스로 방어하는 데 필요한 것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를 둔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미국 측 파상 공세의 일환인 게 사실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9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을 돕기보다 해를 끼치고 있다”고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 비판한 데 이어 11일 미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이 '대중의 통치 능력 불신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 정치 생명이 위태롭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 같은 유대계인 의회 지도부마저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 압박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네타냐후 내각을 전폭 지지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격과 봉쇄 장기화로 팔레스타인 희생자와 난민이 늘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과 휴전 압박이 커지자 미국도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11월 대선을 앞두고 무슬림을 비롯해 '경합주(스윙스테이트)' 진보 성향 지지층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 바이든 대통령이 곤경에 빠지고 있는데도 네타냐후 총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른 배경이다.

공화 상원 대표 “이스라엘 식민지 아냐”

13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크네세트(의회)에 모습을 드러낸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총리. 예루살렘=UPI 연합뉴스

13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크네세트(의회)에 모습을 드러낸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총리. 예루살렘=UPI 연합뉴스

반발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당장 네타냐후 총리가 현지 언론과의 익명 인터뷰를 통해 “이스라엘은 미국이 보호하는 나라가 아니라 시민들이 정부를 선출하는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국가”라며 “우리 친구들이 선출된 이스라엘 정부가 아니라 하마스 테러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나서 주기를 바란다”고 쏴붙였다.

미국 야당도 비난에 가세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스라엘은 지도자가 미국 집권당의 기쁨을 위해 봉사하는 식민지가 아니다”라고 슈머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특수 관계이기는 하나 미국 정치인이 이스라엘 정권 교체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내정 간섭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이날도 가자지구 내 2개 지역에서 구호품을 기다리던 주민들을 이스라엘군이 공격해 최소 29명이 숨졌다고 가자 보건부가 주장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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