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외교 안보 문제, 선거용 발언 자제해야

입력
2024.03.26 04:30
27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2일 충남 서산 동부시장을 방문해 서산·태안 조한기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2일 충남 서산 동부시장을 방문해 서산·태안 조한기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유세에서 민감한 국제 외교 안보 사안까지 거침없이 언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22일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있나”라며 “그냥 우리 잘살면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했다. 그는 또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라고 물은 뒤 두 손을 모으는 포즈를 취하며 중국어로 감사하다는 뜻인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말은 양안 문제에 우리가 굳이 과도한 개입을 해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럼 우린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대만과 한반도 평화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라는 건 국제사회의 상식이다. 두 지역은 미중 충돌의 최전선이어서 서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이 생기면 주한미군 운용에 변화가 불가피하고, 중국도 한반도 상황과 맞물려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역시 그 틈을 타 무모한 도발을 할 수 있다. 내달 미일 정상회담에서 주일미군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최근 국제 정세가 그만큼 급박하다는 얘기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대만사태 개입을 공식화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정치권이 나서 불개입을 선언하는 것 또한 성급하다. 이 대표 같은 인식이라면 한반도 긴급상황 발생 시 도울 나라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양안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면 중국도 한반도에 불개입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국가 성립 1년밖에 안 된 상황에도 6·25에 100만 명도 넘는 ‘인민지원군’을 파병한 게 중국이다. 초당적으로 국익 관점에서 그 입장과 표현을 신중히 정해야 하는 사안인 것이다. 아무리 현 정부 외교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중국에 ‘집적’거린다거나, 총선을 '신한일전'으로 표현한 것도 부적절하다.

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며 외교 안보 분야까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은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고 자칫 국익을 해칠 수도 있는 외교의 정치화는 가급적 자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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