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 앱 신고 시간 축소한 지자체들… "공무원들 직무유기" 고발까지

입력
2024.03.27 1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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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차 업무 담당 공무원 직무유기" 민원 접수
일부 진정 사건으로 정식 접수, 처벌은 힘들 듯

국민신문고 처리 결과 캡처. 독자 제공

국민신문고 처리 결과 캡처. 독자 제공

일부 기초자치단체가 신고·민원 처리 부담을 이유로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 운영 시간을 축소한 것을 두고 “사실상 불법 조장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담당 공무원이 형사 고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서울과 경기 지역 일부 기초단체의 불법 주정차 업무 담당 공무원들을 직무유기나 재량권 일탈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 가운데 일부는 진정 사건으로 정식 접수된 상태다. 해당 민원인은 “주민신고제 취지가 사고 예방과 안전인데, (신고가 가능한) 시간을 제한하면 취지에 맞지 않다”며 “법과 지침 위반 소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는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불법 주정차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현장 단속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2019년 도입됐다. 신고 대상은 △소화전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 정류소 10m 이내 △횡단보도 △초등학교 정문 앞 도로 △인도(보도) 등이다.

주민신고제 신고 건수는 2019년 첫해 53만5,076건에서 지난해 489만6,144건으로 9배 넘게 증가했다. 그만큼 기초단체 부담도 커졌다. 신고를 당한 주민들 민원도 함께 급증했고 급기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부 기초단체들은 야간이나 공휴일에 신고해도 접수하지 않는 등 신고 가능한 시간을 축소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점심시간은 제외하거나 차체의 3분의 1 이상이 인도를 침범해야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등 부대조건을 다는 곳도 있다.

이에 적잖은 시민들이 “정해진 시간 말고는 인도에 차가 다녀도 된다는 것이냐”며 반발했고, 고발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처벌까지 이뤄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경찰 관계자들은 “고의성이 없고 정책적 판단이라 직무유기나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며 “사건이 접수가 됐더라도 불기소 처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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