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8일 아들, 조리원서 떨어져 뇌출혈... 조리원장 무혐의?

입력
2024.03.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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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평택 조리원서 낙상사고
피해 부모, 국민청원 올려 도움 호소
"조리원장·대표원장 불송치에 분노"

2022년 7월 신생아 낙상사고가 발생한 경기 평택의 한 산후조리원. 네이버 카페

2022년 7월 신생아 낙상사고가 발생한 경기 평택의 한 산후조리원. 네이버 카페

경기 평택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태어난 지 8일째 된 신생아가 낙상사고로 부상을 입은 사건에 대해 아기의 엄마가 "적절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25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평택 산후조리원 낙상사고 피해자 아기 엄마라고 밝힌 A씨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A씨에 따르면 아들 B군의 낙상사고는 2022년 7월 18일 오후 12시 25분쯤 평택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벌어졌다. 당시 조리원에서 일하던 간호사 C씨가 기저귀 교환대 위에 있던 B군을 90㎝ 아래 바닥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해당 청원은 이날 동의 수 1만1,600명을 넘겼다.

A씨는 사고 직후 조리원 측이 제대로 상황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리원장은 A씨에게 "아기가 혼자 꿈틀거리다 기저귀 교환대에서 떨어지는 걸 잡긴 잡았는데 바닥에 살짝 '쿵' 했다"며 "혹시 모르니 근처 종합병원에 가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B군의 부상은 심각했다. A씨는 "신경외과 의사가 CT를 보여주며 '좌우 양쪽 두개골 골절에 뇌출혈이 3군데나 있다'고 입원 수속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B군은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한 달 가까이 치료를 받았다. A씨는 "뇌출혈 양이 증가하면 긴급 뇌수술에 들어가야 하니 동의서를 작성하라고 하고 수술 중 아기가 사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며 "당시 '내가 뭘 듣고 있는 건가' 싶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저리고 아팠다"며 "우리 아이가 이대로 버텨서 아무 일 없길 바랐다"고 했다.

그러나 A씨는 며칠 뒤 경찰 조사에서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보게 됐다. 그는 "경찰서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갔다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봤다"며 "영상에는 간호사가 기저귀 교환대에 우리 아기를 눕힌 뒤 옆에서 울고 있는 다른 아기를 안고 몸을 휙 돌리자 저희 아기 속싸개가 빨려 들어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하는 장면이 찍혔다"고 설명했다.

낙상사고 피해 아기의 엄마가 25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글을 올려 도움을 호소했다.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낙상사고 피해 아기의 엄마가 25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글을 올려 도움을 호소했다.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A씨는 "영상을 보면서 조리원 측이 사고가 난 지 30분이 지난 후에야 제게 사고를 축소해서 알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후 조리원의 대처는 A씨를 더욱 분노하게 했다. 그는 "조리원의 대표원장이라는 사람도 사과 한 번 한 적이 없다"며 "조리원 측 법률 대리인은 서면을 보내 '간호사에 대해선 어떤 경위에 의해 아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조리원장과 대표원장은 신생아 관리까진 감독할 수 없어 책임이 없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평택경찰서는 지난해 4월 간호사 C씨와 조리원장, 대표원장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의 보완수사요청에 따라 재수사를 거쳤고 경찰은 지난달 피의자 일부에 대해서만 혐의를 적용해 일부 송치했다. A씨는 "법의 심판만을 2년 가까이 기다렸는데, 1년 7개월 만에 수사결과 통지서를 보니 조리원장과 대표원장은 불송치라고 한다"며 "사고가 일어난 날 제게 거짓말한 조리원장이 혐의가 없다니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고 분노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최근 보완수사 요청이 추가로 접수돼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누구도 저희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며 "조리원에 대한 적절한 처분이 이뤄지고, 낙상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 번에 한 명의 아이만 기저귀를 교환하도록 하는 세부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또한 신생아실 처치대에 가드 설치, 바닥 매트 설치 의무화 등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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