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빈자리에 '내 딸' 꽂은 아빠... 선관위 차관급 재판행

입력
2024.03.29 13:36
수정
2024.03.29 16:4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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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채용하고 딸에게 면접 만점
검찰 "제도 허점 악용해 공직 세습"
박찬진 전 사무총장 등 잔여수사도

송봉섭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녀 특혜채용 의혹' 혐의 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송봉섭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녀 특혜채용 의혹' 혐의 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송봉섭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사무차장(차관급)이 자신의 딸을 지역선관위 경력직으로 채용하는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공고를 내지도 않고 채용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시하고, 면접에선 만점을 받을 수 있게 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김종현)는 2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송 전 차장, 한모 전 충북선관위 관리과장, 그리고 박모 전 충북선관위 관리담당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송 전 차장은 2018년 1~3월 한 전 과장 등과 공모해 충북선관위 경력공무원 경쟁채용 과정에서 자신의 딸이 합격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송 전 차장의 딸이 아버지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덕에 선관위에 합격한 것으로 파악했다. 송 전 차장은 한 전 과장과 박 전 담당관에게 자신의 딸을 채용해달라고 청탁했고, 두 사람은 그를 합격자로 내정했다.

또 한 전 과장과 박 전 담당관은 △추천된 다른 경력공무원을 채용 대상에서 배제하고 △형식적으로 송 전 차장 딸에 대한 채용 적격성 조사를 실시했으며 △면접 시험 전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시험위원들에게 피면접자가 송 전 차장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려 만점을 받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공직을 자녀에게 세습하려 한 범행'으로 규정했다. 송 전 차장 등이 인사담당 공무원에게 채용공고 없이 지원자를 선발하는 '비다수인 경력경쟁채용' 방식을 채택하게 해 경쟁이 사전에 차단됐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또 한 전 과장 등이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송 전 차장 딸이 면접 점수 만점을 받도록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부정하게 채용된 송 전 차장 딸은 승진도 상대적으로 빨랐다. 합격 전 충남 보령시청에서 근무하다 선관위로 이직한 후 8급이 된 지 2년 2개월 만에 7급으로 승진했다. 인사혁신처가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직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은 7급으로 승진하는 데 각각 평균 4년과 6년이 걸린다.

한 전 과장과 박 전 담당관은 해당 채용 과정에서 한 전 과장 지인의 딸을 위법하게 합격시키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한 전 과장 지인의 딸이 근무하는 충북 괴산군을 경쟁채용 대상 지역으로 임의 지정하고, 다른 지원자가 있는지 군청 등에 확인하지 않은 채 채용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은 박찬진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장관급) 등 남아 있는 선관위 채용 비리에 대한 수사도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은 박 전 총장의 딸이 광주 남구청에서 근무하다 2022년 선관위에 채용되는 과정에 박 전 총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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