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본사 이전 막아라"…네덜란드 정부, 3.7조 원짜리 '베토벤 작전' 꺼냈다

입력
2024.03.29 13:00
수정
2024.03.2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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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 사람 못 데려오면 다른 곳으로 갈 것"
공개 경고 후 두달 만에 정부 지원책 발표
ASML, 정부 대책에 환영…본사 이전 여부는 신중

네덜란드 펠트호번에 있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 모습. EPA 연합뉴스

네덜란드 펠트호번에 있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 모습. EPA 연합뉴스


네덜란드 정부가 반도체 장비기업 ASML 본사가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25억 유로(약3조7,000억 원)를 투입하는 긴급 대책을 내놨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만드는 회사로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 을'로 꼽힌다.



네덜란드 정부는 28일(현지시간) ASML 본사가 있는 펠트호번 인근 에인트호번 지역의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지원책을 담은 이른바 '베토벤 작전'의 세부 계획을 공개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먼저 기업의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새 세제 혜택 방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발표한 예산으로는 에인트호번의 교통, 전력망 등을 전반적으로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네덜란드 내각은 세금 부담 완화 계획을 성명으로 발표하며 "이번 조처를 통해 ASML이 계속 투자하고 법상, 회계상, 그리고 실제 본사를 네덜란드에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특단의 조처를 내놓은 건 ASML이 최근 정부 정책을 이유로 공개적으로 본사 이전을 시사하면서다. 그동안 네덜란드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에 대한 세금 부과, 투자 공제 제한 등 정부 정책이 기업 경영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최근 네덜란드 의회가 고숙련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없애는 안을 가결한 게 ASML에 트리거가 됐다.

ASML은 네덜란드 직원 2만3,000명 가운데 40%가 외국인인데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승리한 극우 정당의 반(反)이민 정책 여파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면서 고급 인력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연례 보고서를 발표한 1월 "우리는 글로벌 기업"이라며 "여기에 사람들을 데려올 수 없다면 다른 곳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정부의 제안에 ASML은 성명에서 "오늘 발표된 계획이 의회 지지를 받는다면 경영 조건을 강력히 지원할 것이며 우리 사업 확장과 관련한 최종 결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다만 "우리가 취하려는 결정은 (네덜란드에) 계속 머무를지가 아닌 어디서 확장할지에 관한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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