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비싼 주총서 디즈니 완승... 행동주의 펀드 저지

입력
2024.04.04 17:10
수정
2024.04.0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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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주총서 이사 전원 재선임
펠츠 31% 그쳐 이사회 입성 불발
스트리밍 사업 부진 등 난제들도

밥 아이거 월트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제95회 오스카상 후보자 오찬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베벌리힐스=로이터 연합뉴스

밥 아이거 월트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제95회 오스카상 후보자 오찬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베벌리힐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콘텐츠 제국 월트 디즈니가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로 이름을 떨친 넬슨 펠츠의 이사회 입성을 저지했다. 2년 전 디즈니의 구원 투수로 재등판한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 교체를 요구해 온 펠츠와 벌인 주주 표 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면서다. 미 현지에선 "디즈니가 진정한 '밥 아이거'의 쇼가 됐다(미 월스트리트저널)"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실적 부진과 승계 불확실성 등 아이거를 둘러싼 난제도 여전하다.

아이거, 지지율 94% 재선임

디즈니는 3일(현지시간) 연례 주주 총회를 열고 아이거 CEO 등이 제안한 이사진 12명 전원에 대한 재선임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미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거는 94%에 달하는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이사회 멤버로 재선임됐다. 반면 제이 라술로 전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이사회 입성을 노렸던 펠츠는 지지율이 31%에 그치며 이사진 합류에 실패했다.

앞서 펠츠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 트라이언파트너스(트라이언 펀드)는 디즈니의 부실 경영과 경영 승계의 불확실성 등을 지적하며 이사진 교체를 요구해 왔다. 디즈니가 과거 엔터테인먼트 기업 '21세기 폭스' 인수에 과도한 지출을 했고, 디즈니 플러스 등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 가치 제고를 주장하며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펀드로, 트라이언 펀드는 디즈니 지분 1.8%를 확보한 상태다.

펠츠 "왜 여성·흑인만" 콘텐츠도 비판

디즈니가 경영권 승계의 불확실성을 해결하지 못한 것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디즈니는 2022년 11월 실적 부진으로 당시 밥 체이펙 CEO를 조기 경질하고, 과거 15년간 디즈니를 이끌던 아이거를 다시 대표직에 앉혔다. 당초 올해까지였던 아이거 임기는 경영 위기 속 이렇다 할 후계자를 찾지 못해 2026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펠츠는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디즈니의 '더 마블스'과 '블랙 팬서' 등을 겨냥해 "왜 여성과 흑인만 나오는 영화를 봐야 하냐"며 콘텐츠에 대한 날을 세우기도 했다. 트라이언 펀드는 이날 결과에 "디즈니가 가치를 창출하고 좋은 지배 구조를 구축하도록 집중하는 데 미친 영향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입장을 내놨다.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로 이름을 떨친 넬슨 펠츠 트라이언파트너스 대표. AP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로 이름을 떨친 넬슨 펠츠 트라이언파트너스 대표. AP


아이거 앞 난제도 수두룩

승리한 아이거 앞에 놓인 경영 난제들도 만만치 않다. 블룸버그는 "영화 사업을 되살리고 차기 CEO를 찾고,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의 이익 극대화 등 대형 과제들이 여전히 아이거의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아이거는 "이사회와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보내준 주주들에게 감사하다"며 "소비자를 위한 창의적 우수성 등에 100%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양측의 표 대결은 "역대 가장 값비싼 위임장 대결(Proxy Fight·주주의 위임장을 더 많이 받으려는 경쟁)"로도 관심을 모았다. 디즈니는 이번 대결을 앞두고 각종 주주 마케팅과 법률 비용 등으로 4,000만 달러(약 540억 원)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라이언 펀드도 주주 캠페인 등에 2,500만 달러(약 340억 원)를 지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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