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열 위험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 스텐트 시술로 예방하면 안전

입력
2024.04.0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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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연구팀,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 1,606명 추적 관찰

혈관 속에 삽입된 스텐트 모습

혈관 속에 삽입된 스텐트 모습

동맥경화는 심장 혈관에 지방·염증 등이 쌓여 혈관이 좁아진 것을 말한다. 그런데 동맥경화는 심근경색 등으로 인한 돌연사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이처럼 파열 위험이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Vulnerable Plaque)’는 항혈전제·이상지질혈증 치료제 같은 약물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약물 치료로도 파열로 인한 심근경색을 막기는 쉽지 않았다.

다행히 파열 위험이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에게 예방적으로 스텐트 치료를 하는 것이 약물 치료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 결과는 심장 분야 최고 권위의 미국심장학회에서 실렸다. 이번 연구는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의 약물 치료와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 시술 간의 주요 임상 사건 발생률을 비교한 전 세계 첫 번째 연구다.

박승정(석좌 교수)·박덕우·안정민·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연구팀은 파열 위험이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 1,606명을 대상으로 약물 치료 집단과 약물 치료에 더해 예방적 스텐트 시술을 함께 받은 집단으로 나눠 치료 결과를 7.9년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2년 이내 심근경색·사망 등 주요 임상 사건 발생 위험이 약물 치료 집단보다 스텐트 치료를 함께 받은 집단에서 8.5배 정도 더 낮았다.

그동안 취약성 동맥경화는 파열 가능성이 있어도 협심증·심근경색이 발생하기 전에는 동맥경화가 쌓이는 속도를 늦추는 약물 치료가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고위험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를 신중히 선별해 스텐트 시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면 장기적인 치료 성적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맥경화 일종인 취약성 동맥경화는 혈관 막 두께가 얇고 염증이나 지질 성분도 쉽게 쌓여 갑자기 파열할 위험이 크다.

취약성 동맥경화가 파열되면 혈관 내 혈전이 발생해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과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취약성 동맥경화는 심각해지기 전에는 별다른 증상이 발생하지 않을 때가 많고, 관상동맥조영술이나 초음파·심전도 검사 등으로도 발견되기 어렵다.

기본적인 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추정되면 다양한 혈관 내 영상 장비를 이용한 정밀 검사로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를 선별한다.

연구팀은 2015~2021년 한국·일본·대만·뉴질랜드 등 4개국 15개 기관에서 혈관 내 영상 장비를 이용해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 1,606명을 무작위 배정한 뒤 약물 치료를 시행한 집단 803명과 약물 치료에 더해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 시술을 함께 받은 집단 803명으로 나눠 치료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관상동맥 중재 시술은 취약성 동맥경화 위치에 스텐트를 삽입해 혈액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혈관을 넓히는 시술이다.

통상적으로 관상동맥 중재 시술은 혈류 장애가 심한 중증의 관상동맥 협착에서 시행되지만, 이번 연구는 중증의 혈류 장애가 없는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들에게 예방적 스텐트 중재 시술을 시행한 것이다.

치료 결과는 심장 원인에 의한 사망, 급성 심근경색, 재시술,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등 주요 임상 사건 발생률을 평가했다.

그 결과,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 시술을 받은 환자군의 2년 후 주요 임상 사건 발생률은 0.4%로, 약물로만 치료받은 환자군의 주요 임상 사건 발생률 3.4%보다 발생 위험이 8.5배 정도 더 낮았다.

이를 평균 4.4년(최대 7.9년)간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 시술 집단의 주요 임상 사건 발생률은 6.5%로, 약물 치료 집단의 주요 임상 사건 발생률 9.4%보다 발생 위험이 1.4배 더 낮았다.

박덕우 교수는 “‘취약성 동맥경화에 예방적으로 스텐트를 삽입해 파열을 예방하면 급성 심근경색·돌연사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취지로 2014년 연구를 시작했는데, 딱 10년 되는 해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며 “중증 심혈관 질환의 치료 성적을 향상시키고 의학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로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참여해준 의료진, 연구진 그리고 환자 노력이 모여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뜻 깊다”고 했다.

박승정 석좌 교수는 “이번 연구는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의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 효과를 분석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이자, 약물 치료와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 시술 간 주요 임상 사건 발생률 차이를 비교한 세계 첫 번째 연구라고 했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ACC 2024)의 최신 임상 연구(Late-Breaking Clinical Trial) 세션에서 전 세계 심장 의학 전문가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8일(현지 시간) 현장에서 발표됐다.

또한 피인용지수(I.F)가 가장 높은 세계 최고 의학 학술지인 랜싯(LANCET)에 같은 날 게재됐다.

박승정(오른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석좌교수, 박덕우·안정민 교수가 관상동맥 중재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박승정(오른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석좌교수, 박덕우·안정민 교수가 관상동맥 중재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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