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밤새 공보물보다가, 새벽같이 투표소로" 길게 줄지어 선 유권자들

입력
2024.04.10 12:30
수정
2024.04.10 13: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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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광진 등 격전지 투표소 8곳 가보니
이른 새벽부터 긴 줄... "소중한 한 표 행사"
지팡이 짚은 노인, 아이 손 잡은 엄마도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투표소에 한 유권자가 지팡이를 짚고 입장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투표소에 한 유권자가 지팡이를 짚고 입장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어제 새벽까지 공보물 보면서 누구를 뽑아야 하나 고민했어요. 앞으로의 4년을 결정할 중요한 선거니까요."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박모(32)씨는 '이른 아침부터 어떤 마음으로 투표소를 찾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박씨는 "남편과 함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아침에 (투표소에) 왔다"며 "누굴 찍을지 결정하지 못해 투표용지를 받고도 5분 넘게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4년 만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총선) 본투표일인 이날 서울 각지의 투표소에는 이른 새벽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온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정권심판론'과 '거야심판론'이 각각 뚜렷한 만큼 사전투표율이 역대 총선 중 최고를 기록했으나, 본투표날에도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몰렸다. 지팡이를 짚은 노인부터 연인, 가족과 함께 나선 이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편한 차림으로 집앞 투표소에... '정권심판 vs 거야심판' 대립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승엽 기자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승엽 기자

이날 오전 한국일보가 서울 강남구와 광진구, 성동구, 송파구, 용산구 등의 주요 격전지 투표소 8곳을 둘러보니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로 입구부터 북적댔다. 따뜻한 날씨에 잠에서 깨자마자 편한 차림으로 집앞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긴 이들이 대다수였다. 나들이 복장을 한 채 가족, 연인들과 투표소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임신한 아내와 함께 온 자영업자 30대 박모씨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경제도 안 좋고 가게 운영하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곧 태어날 아이를 생각해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강남구의 한 투표소를 찾은 최모(63)씨는 "매일 뉴스를 보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야하나 답답함이 크다"라며 "투표하고 집에 가서 커피 한 잔하며 쉴 예정"이라고 말했다.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다수의 유권자들은 '정권심판' 혹은 '거야심판' 차원에서 투표소를 찾았다고 했다. 용산구에 4년째 거주 중이라는 김모(73)씨는 "오전 7시부터 일어나서 투표하러 갈 준비를 했다"며 "야당에 힘이 실리면 또 부동산 정책 등으로 나라가 흔들리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진구에 사는 이모(56)씨는 "아이 둘을 키우는 부모로서 채 상병(고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건을 계기로 이 사회가 정의롭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분노해 투표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30세대 중에서는 기권을 고민하다가 고민 끝에 투표소에 나왔다는 이들도 있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8)씨는 "뽑을 사람이 없어서 지역구 선거는 기권하고 비례투표만 했다"고 전했다. 여동생과 함께 자매가 투표소를 찾았다는 권모(29)씨는 "고작 한 표지만 유권자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투표율을 올려보려고 발걸음을 했다"며 "나이대가 어릴수록 투표율이 낮다고 하는데 다들 꼭 투표해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반려동물과 함께 투표도... SNS에도 '인증샷'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투표소에 한 부부가 자녀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투표소에 한 부부가 자녀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투표를 마친 이들의 수많은 '인증샷'도 게재됐다. 이날 오전 SNS X(옛 트위터)에서는 '투표소 오픈런'이라는 키워드가 실시간 트렌드로 기록됐고, 인스타그램에는 함께 투표에 나선 반려동물, 가족과 투표를 인증하는 숏폼 콘텐츠들도 다수 올라왔다. 시민들은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 '가능한 투표 인증샷'을 소개하거나, 투표를 장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승엽 기자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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