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의정생활 마감한 심상정…원외정당 유력해진 녹색정의당

입력
2024.04.10 23:30
수정
2024.04.1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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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후보들 전원 낙선
비례대표 배출도 어려울 듯
김준우 상임대표 "저부터 반성"

심상정(왼쪽) 녹색정의당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특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심상정(왼쪽) 녹색정의당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특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진보정당의 ‘대모’로 평가받던 심상정 녹색정의당 후보가 16년의 의정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지역구에서 심 후보가 낙선하고, 비례대표 의석 확보도 불투명해지면서 녹색정의당은 22대 총선에서 단 한 명의 의원도 당선시키지 못한 원외정당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녹색당과 선거 연대를 이루고도 저조한 성적을 받아 든 정의당은 존폐 기로에 놓였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후 11시30분 기준 55.01%의 개표율을 기록한 경기 고양갑에서 심 후보는 19.72%의 득표율을 기록해 44.14%를 득표한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물론 한창섭(35.24%) 국민의힘 후보에도 크게 밀려 낙선이 확정됐다.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의 KBS 분석에 따르면 녹색정의당의 비례대표 예상 득표율도 1.8%에 머물러 의석 확보에 필요한 3%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원내에 입성한 심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현 지역구(당시 고양 덕양갑)에 출마, 49.37% 득표율로 당선돼 국회에 재입성했다. 이후 20대와 21대에서도 자신의 지역구를 지켜내는 데 성공해 4선 의원이 됐다. 그러나 지난 총선 이후 당의 노선과 방향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당내 분열이 가속화하는 등 내홍이 이어지며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출구조사에 나타난 녹색정의당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거대 양당의 지역구 나눠 먹기 구도 속에 조국혁신당 돌풍까지 불면서 21대 총선에서 5석을 꿰찼던 비례대표 의석마저 불투명해져 원외정당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졌다. 녹색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거대 양당 사이에서 10석을 차지하며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보였다. 2012년 통합진보당 탈당 세력이 모여 진보정의당을 창당했고, 이듬해 정의당으로 이름을 바꿔 20대, 21대 총선에서 각각 6석을 유지했으나 이번엔 달랐다. 그간 당내 세력이 쪼개지며 응집력을 잃은 결과를 이날 받아 든 셈이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21대 의정활동이 국민 눈높이를 채우지 못한 것 같다”며 “저부터 반성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낙선 인사를 올리며 "고양갑 주민들께서는 소신 있고 정직하고 유능한 정치인이라면 정당과 이념을 넘어 늘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다"며 "그동안 보내주신 크나큰 정성과 사랑을 평생 빚으로 생각하며 갚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내 변화의 기회가 많았음에도 혁신에 실패한 점을 되돌아보고 초심과 정체성, 가치들을 복원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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