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페북서 뉴스 뺐더니... "'밈'이 신뢰 높은 정보 대체"

입력
2024.04.16 09: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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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페북 뉴스 서비스 중단된 캐나다
밈 반응 늘고, 허위정보 노출 가능성 커져

페이스북 로고. AFP 연합뉴스

페이스북 로고. AFP 연합뉴스


구글 검색이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뉴스를 볼 수 없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플랫폼의 이용자 수나 체류 시간 등엔 별 타격이 없는 반면, 이용자들에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허위정보 또는 사실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뉴스 차단되니 정치 단체 게시물 더 많이 찾아봐"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메타가 캐나다에서 뉴스 서비스를 중단한 이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살펴본 연구 결과를 입수해 보도했다. 메타는 '온라인 플랫폼이 뉴스 콘텐츠를 게시하려면 현지 언론사와 사용료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지난해 6월 캐나다 의회에서 통과되자, 그해 8월부터 캐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뉴스를 보거나 공유할 수 없도록 차단하고 있다.

토론토대·맥길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원래 캐나다인들의 페이스북 뉴스 게시물 조회 수는 일평균 500만~800만 건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메타가 뉴스 서비스를 접은 이후에는 이 수치가 자연히 '0'이 됐다. 눈에 띄게 나타난 변화는 각종 정치 관련 계정들이 공유한 이미지 기반 게시물에 대한 반응이 뉴스 서비스 중단 전보다 3배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반면 언론매체나 정치 평론가, 학자 등의 계정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정치 단체의 게시물은 전문가들의 게시물보다는 부정확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테일러 오웬 맥길대 교수는 이에 대해 "뉴스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로이터가 미국 비영리단체 뉴스가드에 의뢰해 실시한 연구는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연구 결과 '출처를 신뢰할 수 없다'고 평가된 게시물에 대한 캐나다 이용자들의 댓글, 공유 등 반응은 메타의 뉴스 서비스 중단 후 90일간 이전 90일보다 6.9% 증가했다. 중단 직전 90일 동안에는 2.2%만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허위일 가능성이 큰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전보다 크게 늘어난 셈이다. 고든 크로비츠 뉴스가드 공동 최고경영자는 "가짜뉴스를 찍어내는 인공지능(AI) 기반 뉴스 웹사이트의 수가 빠르게 늘고, 각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허위정보가 급증하는 가운데 변화(뉴스 서비스 중단)가 이뤄졌다"며 "이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구글 로고. 구글은 12일 뉴스 매체에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법안에 대한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뉴스 링크 제공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구글 로고. 구글은 12일 뉴스 매체에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법안에 대한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뉴스 링크 제공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구글도 미국서 뉴스 서비스 중단 실험 돌입

업계에서는 호주 등 다른 나라도 캐나다와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타가 "언론사에 뉴스 이용료를 지급하라"는 호주 당국의 정책에 반발해 지난달 호주에서도 뉴스 서비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구글도 지난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지역 언론사들의 뉴스가 검색 결과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주의회가 구글 등에 뉴스 이용료를 내게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한 대응으로서, 최종 통과 시 메타처럼 뉴스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 현재로서는 페이스북 등의 뉴스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SNS나 포털 업체에 뉴스값 지불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제대로 논의된 적 없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다른 국가들의 움직임에 따라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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