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웅-허훈 형제의 첫 챔프전 맞대결은 이뤄질까

입력
2024.04.23 14:09
수정
2024.04.23 14: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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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허웅의 KCC 챔프전 선착
동생 허훈의 KT 벼랑 끝 승부 남아
허훈 "형이 이기고 올라오라고 연락"

KCC 허웅이 21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DB와 4차전에서 득점 후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KCC 허웅이 21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DB와 4차전에서 득점 후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형은 느긋하고, 아우는 다급하다.

프로농구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허웅(부산 KCC), 허훈(수원 KT) 형제의 사상 첫 챔피언 결정전 맞대결 성사 여부는 동생 허훈의 손에 달렸다. 형 허웅이 이끄는 KCC는 지난 21일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정규리그 1위 팀 원주 DB를 3승 1패로 따돌리고 챔프전 진출을 일찍 확정한 반면 허훈의 KT는 창원 LG와 4강 PO 마지막 5차전 승부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KT와 LG의 운명이 걸린 한 판은 24일 창원에서 펼쳐진다.

이들 형제는 아버지 허재와 달리 아직 프로 입단 후 우승 반지가 1개도 없다. ‘농구 대통령’으로 불렸던 허재는 실업 농구 시절 우승을 밥 먹듯이 했고, 프로농구에서는 원년인 1997시즌(부산 기아), 2002~03시즌(원주 TG삼보) 두 차례 챔피언에 올랐다. 허웅은 2014~15시즌 동부에서 처음 챔프전을 경험했으나 울산 모비스에 내리 4패를 당해 우승을 놓쳤다. 허훈은 챔프전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시즌 챔프전에서 형제 대결이 성사되면 둘 중 한 명은 대를 이어 우승 반지를 끼게 된다. 벼랑 끝에 몰렸던 허훈은 22일 LG와 4차전에서 승부를 2승 2패 원점으로 돌려놓은 뒤 “형이 ‘이기고 올라오라’는 연락이 왔는데, 먼저 결승에 갔다고 놀리는 건가 싶기도 하다”며 챔프전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가 LG에 1승 2패로 밀릴 전력이 아닌데 지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나고 답답했다”며 “형의 연락과는 상관없이 정말 지기 싫었다”고 털어놨다.

KT 허훈이 22일 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열린 LG와 4차전에서 공격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KT 허훈이 22일 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열린 LG와 4차전에서 공격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규리그 순위와 상대 전적은 2위 LG가 3위 KT에 4승2패로 우위를 점했지만 이번 ‘봄 농구’에서 두 팀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1승 1패로 맞선 가운데 치른 3차전은 접전 끝에 막판 LG 윤원상의 끝내기 3점포로 승패가 갈리기도 했다. 또한 5위 KCC가 1위 DB를 잡은 것도 허훈과 KT에는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허훈의 남다른 승부욕은 부상까지 잊게 한다. 허훈은 4강 PO를 앞두고 다리 근육에 미세 손상이 있는 상태에서도 매 경기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4차전을 뛰면서는 발목까지 다쳤지만 아무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허훈은 “지금 안 아픈 선수가 어디 있나”라며 “어떻게든 승리를 가져오겠다. 에너지 레벨에서 상대에 밀리지 않도록 5차전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송영진 KT 감독도 “부상보다 승리에 대한 열정이 큰 선수라 5차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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