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돌고래 쇼에 동원하는 거제씨월드, 처벌할 수 없나

입력
2024.04.24 11:00
수정
2024.04.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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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일 수족관 내에서 또 새끼 출산 논란
금지 행위 세분화돼 있지 않은 법 보완해야


이달 22일 핫핑크돌핀스가 거제씨월드에서 무인기(드론)로 촬영한 큰돌고래 '아랑'과 새끼 돌고래. 핫핑크돌핀스 제공

이달 22일 핫핑크돌핀스가 거제씨월드에서 무인기(드론)로 촬영한 큰돌고래 '아랑'과 새끼 돌고래. 핫핑크돌핀스 제공

돌고래 쇼 업체 거제씨월드치료 중인 돌고래들에게 무리하게 쇼를 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를 동물학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해양수산부와 행정조치 권한이 있는 경남도청은 현행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이 경남도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2월 25일과 28일 각각 사망한 큰돌고래 '줄라이'와 '노바'는 질병으로 치료를 받으면서도 쇼에 동원돼 왔다. 특히 노바는 죽기 나흘 전까지 쇼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원수족관법 제15조 제1항과 제2항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야생생물법 제8조 제1항과 제2항의 학대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경남도청과 해수부는 거제씨월드 측의 행위가 야생생물법 제8조 제1항 5호인 '야생동물을 보관, 유통하는 경우 등에 고의로 먹이 또는 물을 제공하지 아니하거나,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방치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했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돌고래 체험시설 거제씨월드에서 조련사와 관람객이 음악에 맞춰 돌고래에게 춤을 추게 하고 있다. 거제=고은경 기자

경남 거제시 일운면 돌고래 체험시설 거제씨월드에서 조련사와 관람객이 음악에 맞춰 돌고래에게 춤을 추게 하고 있다. 거제=고은경 기자

검토 결과 당국은 거제씨월드가 큰돌고래들에게 치료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므로 방치하는 행위에 해당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질병에 걸리면 어떤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라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치료 중인 돌고래를 쇼에 동원한 것만으로는 야생생물법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해수부가 지난해 12월 마련한 수족관의 허가 및 운영 등에 관한 세부지침을 보면 '건강상태가 양호하고 충분히 훈련된 개체만 교육 프로그램에 활용하고, 치료를 위해 약물을 복용하거나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은 동물은 활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지만 이는 허가나 점검 시 고려할 조건일 뿐이다. 즉 현재 운영 중인 수족관 업체가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아니다.

이 때문에 동물원수족관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동물학대 관련 조항을 보다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치료 중인 돌고래가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쇼에 동원한 것은 법에 명시된 '적절한 치료'가 아니라고 보인다"면서도 "법에서 규정하는 금지 행위를 보다 명확하고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보완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공원 마지막 돌고래였던 태지를 인수한 호반호텔앤리조트 측은 일본 다이지에서 왔다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태지의 이름을 대니로 바꿨다. 호반호텔앤리조트 제공

서울대공원 마지막 돌고래였던 태지를 인수한 호반호텔앤리조트 측은 일본 다이지에서 왔다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태지의 이름을 대니로 바꿨다. 호반호텔앤리조트 제공

이외에 경남도청과 해수부는 △거제씨월드가 지난해 6월과 이달 초 종별 특성을 고려한 적정 수온 제공·유지를 권고 받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점 △호반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로부터 양수 받을 당시 쇼에 동원하지 않기로 한 조건이 유지된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공원 마지막 돌고래 '태지'를 쇼에 동원한 점(본보 4월 18일 보도)에서 법 위반 사항이 없는지를 검토 중이다. 거제씨월드에는 벨루가와 큰돌고래가 사육되고 있지만 같은 수온에서 관리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수온 조절을 하지 않는 것은 '생물종의 특성에 맞는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된 동물원수족관법 제6조에 위배되지 않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지의 경우 회사 간 양도 양수 시 세부적 조건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단 양도·양수에 새끼 출산까지

지난 4월 거제씨월드에서 촬영된 돌고래 체험 현장에서 큰돌고래 '마크'가 물 밖으로 튀어 오르고 있다. 마크는 이 당시 임신 9개월 차였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난 4월 거제씨월드에서 촬영된 돌고래 체험 현장에서 큰돌고래 '마크'가 물 밖으로 튀어 오르고 있다. 마크는 이 당시 임신 9개월 차였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거제씨월드는 호반 퍼시픽리솜으로부터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를 무단으로 이송·보관한 혐의(해양생태계법 위반)로 제주녹색당과 핫핑크돌핀스에 고발돼 재판을 받고 있다. 큰돌고래는 야생생물법에 따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사이테스)에 해당하는 종이라 환경청에 양도·양수 신고를 해야 한다. 또 해양생태계법상 해양수산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이송해야 한다. 하지만 거제씨월드는 야생생물법 위반에 대해서는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해양생태계법 위반 혐의 역시 지난달 공판에서 수족관과 관계자가 수백만 원의 벌금형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거제씨월드에 남아있는 돌고래는 10마리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낙동강유역환경청과 경남도청에 문의한 결과 거제씨월드에서 이달 2일 큰돌고래 '아랑이'의 새끼가 태어난 것이 확인되면서 한 마리가 늘었다. 핫핑크돌핀스는 성명을 내고 "현행법상 신규 고래류 개체 보유를 금지하고 있어 이번 새끼 돌고래 출산은 불법 행위"라며 "거제씨월드에 대해 영업중단 명령을 내리고 경찰에 고발해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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