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평화의 소녀상' 검은 봉지 씌웠던 30대男... 이번엔 스시·맥주 올려

입력
2024.04.29 15:50
수정
2024.04.2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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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일 만에 다시 조롱 행각 벌여
소녀상 모욕 사건, 수년째 반복돼
처벌 근거 미약... 경찰 "법적 검토"

평화의 소녀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평화의 소녀상. 한국일보 자료사진

부산 '평화의 소녀상'에 지난 6일 검정 봉지를 씌웠던 30대 남성이 21일 만에 일본산 맥주와 스시를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부산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27일 오후 1시쯤 30대 남성 A씨는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설치된 빈 의자에 스시 도시락을, 소녀상 머리 등에 일본산 맥주를 올려놓았다. 당시 A씨는 소녀상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도시락을 먹다가 이 같은 행동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 옆에 설치된 빈 의자는 누구나 앉아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돌아보라는 취지로 제작됐다.

현장에서 근무하던 경찰은 곧바로 A씨 행동을 제지했다. 경찰 확인 결과 A씨는 6일 소녀상과 강제징용 노동자상에 '철거'라고 적힌 검정 봉지를 씌운 사람과 동일인으로 확인됐다. 이에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가 24일 "소녀상 훼손은 작가 인격권도 무시한 것"이라며 A씨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6일 부산 '평화의 소녀상'에 '철거' 문구가 적힌 검은 봉지가 씌워져 있다. 연합뉴스

6일 부산 '평화의 소녀상'에 '철거' 문구가 적힌 검은 봉지가 씌워져 있다. 연합뉴스

2016년 건립된 부산 소녀상이 겪은 수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에는 소녀상에 자전거를 철근 자물쇠로 묶어 놨다. 소녀상에 '박정희'라고 적힌 노란색 천과 염주, 빨간 주머니가 걸린 나무막대기를 놓고 가기도 했다. 2017년에는 소녀상 인근에 '언제까지 일본을 미워할 것인가' 등이 적힌 종이가 붙은 폐화분을 테이프로 고정해 놓거나, 소녀상 얼굴에 파란색 페인트를 칠한 자국이 발견됐다.

시민단체는 극우 성향의 시민들이 소녀상을 모욕할 목적으로 이 같은 행동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가 속한 것으로 추정되는 극우단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3일부터 30일까지 평화의 소녀상 앞에 집회 신고를 한 상태다. 3일에는 10여 명이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소녀상을 모욕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지만 처벌 근거는 미약하다. 재물손괴죄는 소녀상의 효용을 해쳐야 하고,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는 명예 감정을 지닌 사람을 상대로 저질러야만 적용할 수 있어 적용이 쉽지 않은 탓이다. 경찰은 A씨의 행동을 처벌할 수 있을지 여부를 두고 법적 검토 중이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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