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위한 포석인가... 독립유공자 공적 재평가

입력
2024.04.30 16:10
수정
2024.04.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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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가치의 합당한 평가 및 기억계승 방안 발표
올 하반기부터 새 심사기준 만들어 재심사 추진
주목도 낮은 교육·문화·계몽 분야 사례 발굴도

3월 26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탄생 149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3월 26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탄생 149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독립유공자 공적을 재평가한다. 그간 무장투쟁에 비해 관심이 덜했던 교육·문화·계몽 분야 사례 발굴도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각할 전망이다.

국가보훈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교육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마련한 '독립운동 가치의 합당한 평가 및 기억계승 방안'을 발표했다. 보훈부는 "다양한 분야의 독립운동에 대한 학술연구를 활성화해 탄탄한 학문적 기반을 구축하고, 미래세대의 자긍심을 함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5대 핵심 과제로 △독립운동 가치의 합당한 평가 △독립운동 유산의 미래세대 전승 △상징공간 조성 △다양한 가치를 담은 기념행사 △독립유공자 유해봉환 및 후손 초청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3·1절에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무장독립운동을 벌인 투사들이 계셨고, 국제정치의 흐름을 꿰뚫어 보며 세계 각국에서 외교독립운동에 나선 선각자들도 있었다"며 "어느 누구도 역사를 독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 전 대통령의 외교독립운동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정부는 6월까지 학계 전문가 연구를 거쳐 하반기부터 새로운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재심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 정부 들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유독 활발하다. 올 1월에는 32년 만에 처음으로 이 전 대통령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김구 유관순 안중근 등 다른 독립운동가 13명이 두 차례나 중복 선정되는 동안 이 전 대통령은 명단에 빠져 있었다.

다만 이 같은 재평가 작업이 의도적인 미화로 변질돼선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배포한 장병 정신교육 기본교재에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비롯한 이 전 대통령의 공만 부각되고 독재를 비롯한 과오는 외면해 비판이 쏟아진 전례가 있다.

반면 정부가 "국내외 다양한 독립운동의 가치를 담은 상징공간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찬반이 팽팽한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LA 흥사단 건물을 매입하고 새로 단장해 미주지역 독립운동의 구심점으로 활용한다고 발표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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