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껍질 젤리·장어 가시 크로켓…버려지는 식재료에서 그의 작품은 시작했다

입력
2024.05.05 11:00
수정
2024.05.05 11:0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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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피에르가니에르 신지훈 셰프 인터뷰
'세계 3대 요리대회' IKA 독일서 금메달 수상

롯데호텔 피에르가니에르 서울 소속 신지훈 셰프가 2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세계 3대 요리대회 '2024 IKA 독일세계요리올림픽'에서 선보인 메뉴들. 롯데호텔 제공

롯데호텔 피에르가니에르 서울 소속 신지훈 셰프가 2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세계 3대 요리대회 '2024 IKA 독일세계요리올림픽'에서 선보인 메뉴들. 롯데호텔 제공


롯데호텔 피에르가니에르 서울 소속 신지훈 셰프가 2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세계 3대 요리대회 '2024 IKA 독일세계요리올림픽'에서 선보인 메뉴들. 롯데호텔 제공

롯데호텔 피에르가니에르 서울 소속 신지훈 셰프가 2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세계 3대 요리대회 '2024 IKA 독일세계요리올림픽'에서 선보인 메뉴들. 롯데호텔 제공


①새우 껍질을 젤리로 만든 '비스큐 콘소메 젤리'와 ②장어 가시를 다져 크림소스와 버무린 '베샤멜 크로켓', ③사슴 흉선을 무스 형태로 만들고 푸아그라를 위에 쌓아 올린 '흉선테린'까지.

화려한 색감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조각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이 음식들은 사실 주재료의 버려지는 부분을 활용해 만든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메뉴다. 롯데호텔 피에르가니에르 서울 소속 신지훈 셰프(30)는 2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세계 3대 요리대회 '2024 IKA 독일세계요리올림픽'의 컬리너리 아트 개인전에 출전해 다섯 가지 메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 셰프는 "심사위원이 '당신이 만든 음식이 어떤 거 같냐'고 되묻더니 어깨를 두드리면서 칭찬하더라"라며 "그동안 내가 해왔던 요리 방식과 가치관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4개월 넘게 구슬땀 흘려 메뉴 연구…식재료 못 구해 진땀도

롯데호텔 피에르가니에르 서울 소속 신지훈 셰프(30)가 요리를 마무리 짓고 있다. 롯데호텔 제공

롯데호텔 피에르가니에르 서울 소속 신지훈 셰프(30)가 요리를 마무리 짓고 있다. 롯데호텔 제공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는 4년마다 열리는데 올해는 67개 나라 1,800여 명의 요리사가 도전장을 던졌다. 그중에서도 컬리너리 아트 개인전은 음식을 먹지 않고 감상하는 전시 형태라 맛만큼 다른 부가 요소가 중요하다. 신 셰프는 코스의 흐름이 균형감을 갖추고 플레이팅이 독창적이며 실현 가능성이 높은 요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앞뒤 메뉴에 따라 맛이 섞이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했어요. 시각 요소를 고려할 때도 한 번은 눈을 현혹하는 플레이팅을 했다면 다음 코스는 맛에 포커싱을 맞추는 식으로 강약 조절을 했습니다."

이번 대회를 위해 그는 4개월 동안 퇴근 후 주방에서 새벽이 될 때까지 메뉴 연구와 레시피 수정에 매달렸다. 신 셰프는 대회를 불과 10여 일 앞두고 결혼식을 올렸는데 대회 준비를 하느라 신혼여행까지 미뤘단다. 한국에서 갖가지 준비물을 챙겨가는 것도 녹록지 않았다. 식재료뿐 아니라 테이블을 꾸미는 조명부터 그릇까지 모두 직접 챙겨야 해 짐이 너무 많았던 것. 결국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등 일부 식재료는 챙겨가지 못하고 독일에서 사기로 했는데 현지 가게 여러 곳을 돌아다녀도 원하는 식재료를 구할 수 없어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음식을 완성했지만 신 셰프는 다른 참가자의 메뉴를 보고 주눅이 들었단다. 다른 참가자들은 음악을 깔아놓거나 향수를 뿌리고 음식으로 정글을 표현해놓는 등 화려하게 꾸몄지만 신 셰프는 흰색 접시에 온라인몰에서 값싸게 구입한 무선 조명이 전부였기 때문. 그는 "기상천외한 메뉴들 사이에서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는데 시상 때 내 이름을 불러 얼떨떨했다"며 "특히 일반 관람객들이 내 요리를 촬영하면서 감탄하니 그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더라"라고 말했다.

'FHA컬리너리챌린지', '룩셈부르크 세계요리월드컵'도 세계 3대 대회로 꼽히는데 신 셰프는 이미 2018년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FHA에서 은메달을 탔다. "세계 3대 요리대회 중 두 군데에서 수상을 했으니 마지막 남은 룩셈부르크 월드컵도 섭렵해 봐야죠. 2년 정도 남아있으니 그동안 제가 맡은 일 충실히 하면서 단련을 해놓으려고요. 길게는 경력과 연륜을 쌓아서 대학에서 요리 꿈나무들을 가르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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