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 30분 만에 걷기'에 변우석 광풍까지… 전주영화제가 올해 뜨거운 이유

입력
2024.05.06 15:16
수정
2024.05.06 18:10
21면
구독

영화팬 눈길 잡은 '행자 퍼포먼스 콘테스트'
'선업튀' 변우석 행사 700명 몰려 장소 2차례 변경

지난 4일 오후 열린 전북 전주국제영화제 '행자 퍼포먼스 콘테스트'에 참여한 영화팬들이 전주 고사동 영화의거리를 느리게 걷고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지난 4일 오후 열린 전북 전주국제영화제 '행자 퍼포먼스 콘테스트'에 참여한 영화팬들이 전주 고사동 영화의거리를 느리게 걷고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21명이 도로를 막고 서 있었다. 제자리에 있는 듯하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맨발을 내디뎠다. 어떤 이는 납작복숭아 같은 돌을 실로 묶어 손목에 연결했고, 또 어떤 이는 두 팔을 양쪽으로 들고 양손가락을 모았다. 고행을 자처하는 승려를 닮았다. 그렇게 걷지 않는 듯 걸어서 10m 정도 이동하는 데만 30분가량이 걸렸다. 지난 4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거리에서 펼쳐진 '행자 퍼포먼스 콘테스트'는 영화팬들과 행인들의 눈길을 잡기에 충분했다.

전주에서 이어질 ‘행자 연작’

영화팬들이 지난 4일 오후 전북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거리에서 대만 배우 리캉셍(맨 앞)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다. 오른쪽은 '행자 연작' 속 리캉셍의 모습.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영화팬들이 지난 4일 오후 전북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거리에서 대만 배우 리캉셍(맨 앞)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다. 오른쪽은 '행자 연작' 속 리캉셍의 모습.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이날 행사는 지난 1일 개막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차이밍량- 행자 연작'에서 착안했다. 특별전은 중국 고전 '서유기'의 고승 삼장법사에게 영감을 받은 영상 10개를 모아 상영하고 있다. 대만 예술영화를 대표하는 차이밍량(蔡明亮·67) 감독이 모두 연출했다. 그는 '애정만세'(1994)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최고상), '흔들리는 구름'(2005)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은곰상) 등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삼장법사가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두 발로 서역을 다녀왔던 모습을 세계 여러 도시를 배경으로 영상에 구현하고 있다. 대만 배우 리캉셍(李康生)이 삼장법사로 변해 2012년부터 대만 타이베이와 홍콩,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미국 워싱턴 등에서 촬영해 왔다.

차이밍량(오른쪽) 감독이 지난 4일 오후 열린 '행자 퍼포먼스 콘테스트'를 카메라에 담으며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차이밍량(오른쪽) 감독이 지난 4일 오후 열린 '행자 퍼포먼스 콘테스트'를 카메라에 담으며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행자 퍼포먼스 콘테스트'는 '행자 연작' 속 삼장법사를 누가 가장 잘 따라 하는지 경쟁하는 행사였다. 차이밍량 감독은 이날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우승자에게 자신이 볶은 커피 원두를 상으로 줬다. 국내외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주로 상영하며 좌석점유율 80%대를 기록해 온 전주영화제의 정체성을 보여준 일화다. 차이밍량 감독은 다음 '행자 연작'을 전주에서 촬영할 예정이다. 정준호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전주와 영화제를 세계 영화팬들에게 더 널리 알릴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변우석 영화제 참여로 열풍 더해

배우 변우석이 지난 1일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레드카펫을 걸으며 팬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전주=뉴스1

배우 변우석이 지난 1일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레드카펫을 걸으며 팬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전주=뉴스1

배우 변우석 열풍 역시 올해 전주영화제를 더욱 뜨겁게 했다. tvN 인기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변우석은 지난 3일 전주를 찾았다. 이유미와 진구, 공승연 등 소속사 바로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이 독립영화들을 소개하고 관객과 함께 관람하는 행사 '전주씨네투어X마중' 참여를 위해서였다.

변우석은 지난 4일 오후 동료 공승연, 방효린과 '좋은 영화 있으면 소개시켜줘'라는 토크 행사를 가졌다. 당초 150석 야외 무대에서 열리기로 했던 행사는 열성 팬들이 대거 몰리면서 장소 변경을 두 차례나 했다. 전주영화제 측은 사고 방지를 위해 실내인 전북중부비전센터 비전홀(200석)로 장소를 옮겼다가 재차 바꿨다. 팬 500명가량이 전날(3일) 밤 티켓 배포 예정 장소에 미리 모이면서 소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전주영화제는 700명에게 티켓을 선착순으로 나눠주고 급히 섭외한 장소인 전북교육문화회관(1,100석)에서 행사를 치렀다. 장성호 전주영화제 사무처장은 "많은 팬들이 택시를 대기시켜 놓고 최종 장소 공지가 뜨자 바로 전북교육문화회관으로 향했다고 들었다"며 "변우석씨가 갑작스레 큰 인기를 얻으면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전주=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