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사태가 놓치고 있는 것

입력
2024.05.14 17: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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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3일 경북 울릉군 독도를 찾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3일 경북 울릉군 독도를 찾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2019년 7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페이스북에 일제에 항거한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죽창가'를 소개했다. 당시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시점이었다.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항의였다는 취지를 감안해도 민감한 한일관계를 이분법으로 재단해 버린 청와대 참모의 신중치 못한 행동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3일 독도를 찾았다. 이번엔 정치인으로서 '행정지도' 명목으로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강요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윤석열 정부를 향해선 "친일 정권을 넘어 종일, 숭일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1일 페이스북에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 영토 침탈, 손자는 사이버 영토 '라인' 침탈"이라며 "조선과 대한민국 정부는 멍~"이라고 썼다. 행정지도를 관할하는 일본 총무장관이 이토 히로부미의 외고손자임을 부각해 반일 감정을 자극하면서 한일 정부를 모두 비판했다.

□ 대통령실은 단호하고 강력한 대응을 외치고 나섰지만, 그간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정부는 행정지도에 '지분 매각'이란 표현이 없다고 확인했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의 발언과 "정확한 입장을 정해야 정부가 행동할 수 있다"며 네이버를 재촉하는 듯한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한일관계 복원'에 집착해 정부가 우리 기업의 피해에도 일본에 목소리를 못 내는 '저자세 외교'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정부의 대처를 요구하는 것은 야당의 당연한 역할이다. 그러나 라인야후 사태에까지 친일·반일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사태 해결 주체인 정부와 기업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 원내 1당이라면 감정적 대응을 넘어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도 이번 사태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의식해 쉬쉬해선 안 될 것이다. 경제안보 관점에서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현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유지할 수 있도록 구체적 지원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김회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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