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전사자들의 무덤에도 꽃을 바치자

입력
2024.05.30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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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 미국 메모리얼데이 기원

볼스버그 322번 국도에서 선 세 여성의 동상. 자치 정부는 메모리얼데이 전통이 그들에 의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pabucketlist.com

볼스버그 322번 국도에서 선 세 여성의 동상. 자치 정부는 메모리얼데이 전통이 그들에 의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pabucketlist.com


미국 남북전쟁 종전 넉 달 뒤인 1864년 10월, 펜실베이니아 볼스버그(Boalsburg) 주민 엘리자베스 마이어스가 한아름 꽃을 안고 게티즈버그에서 전사한 아들 무덤을 찾았다. 그는 볼스버그 공동묘지에서 마을의 두 젊은 여성 에마 헌터와 헌터의 친구 소피 켈러를 만났다. 에마는 종군의사로 참전했다가 황열병으로 숨진 아버지의 묘를 가을 들꽃으로 장식하러 온 길이었다. 셋은 이듬해부터 가족-친인척이 없는 전사자들의 무덤에도 꽃을 바치자고 약속했고, 이듬해 그들의 약속에 마을 주민들도 여럿 동참했다. 그 일이 그렇게 볼스버그 주민들의 연례행사가 됐고, 시 당국은 2000년 메모리얼데이에 세 여성의 동상을 묘지에 세웠다.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의 유래와 관련된, 알려진 바 첫 에피소드다.

어쩌면 유사한 행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미국 전역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버지니아주 여러 도시가 1865년 전사자 무덤에 꽃을 바쳤고 미시시피 잭슨시의 한 주민은 주정부에 남부 연합군 병사들의 무덤을 장식하자고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미국 각주와 카운티의 메모리얼데이 원조 논쟁이 가열되자 1966년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과 의회는 1866년 5월 뉴욕주 워털루가 원조라고 공식적으로 못을 박았다. 볼스버그 행사 등 이전 행사들은 일부 주민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치러진 반면, 그해 워털루에서는 시 당국의 방침에 따라 모든 가게가 문을 닫고 주민 모두가 조기를 게양했고, 묘지에서 공식 추모행사를 열었다는 게 근거다.

1868년 북군사령관을 지낸 존 로건 장군이 꽃들이 만개하는 5월 30일을 현충일로 제안했고, 그해 5월 30일 버지니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국가 차원의 공식 메모리얼데이 행사가 처음 열렸다. 1873년 뉴욕주가 최초로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고, 1968년 린든 존슨 정부가 5월 마지막 월요일을 국경일인 메모리얼데이로 선포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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