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사망 원인 3위일 정도로 치명적인데…

입력
2024.06.09 06: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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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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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여성 K씨. 열은 나는데 다른 증상은 없었다. 소변을 볼 때마다 약간 불편하다고 하면서 진료받으러 왔다. 환자들이 호소하는 이런 증상을 바탕으로 소변, 혈액검사 등을 종합해 보면 원인이 요로 감염일 때가 많다.

K씨는 혈중 CRP(C-반응성 단백) 수치가 15㎎/dL로 무척 높게 나왔다. CRP는 몸에 염증이나 감염이 생겼을 때 만들어지는 급성 반응 물질이다. 진단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0.3㎎/dL를 넘지 않는다.

CRP 수치가 6~8㎎/dL이면 염증과 감염이 모두 해당될 수 있지만 감염일 가능성이 더 높다. 요로 감염이 있을 때도 높게 나온다. CRP 수치가 15㎎/dL라면 감염일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그는 요로 감염은 아니었다. 흉부 X선 촬영 등 추가 검사를 한 결과 폐렴이었다.

폐렴은 암과 심혈관 질환에 이어 한국인 사망 원인 3위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폐렴(상세 불명 병원체 폐렴)은 2023년 입원 환자 순위에서 3위였다. 폐렴은 환자도 많고, 치명적인 질환이다.

폐렴이 생기면 기침, 가래 또는 피가 섞인 가래, 호흡곤란, 가슴 통증, 구토나 구역, 설사, 두통, 피로감, 근육통, 관절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고열이나 오한 등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모든 폐렴 환자들에게 똑같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CRP 수치, 가슴 X선 외에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검사법을 사용한다.

K씨처럼 고령인은 전형적인 폐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가 많다. 기침이나 가래가 거의 없을 때도 있다. 폐렴을 진단하기 위해서 가슴 X선을 촬영하기도 하는데 X선 촬영으로는 확인되지 않을 때도 있다.

폐렴이 흔한 이유는 사람은 잠시라도 숨을 쉬지 않고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숨을 쉴 때 공기를 통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폐로 들어갈 수 있다.

폐렴 원인균은 폐렴 구균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감기·독감·코로나19 등 바이러스나 곰팡이, 화학물질, 구토물도 폐렴을 일으킨다. 또 물이나 음료수 등이 기관지로 잘못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렇게 생기는 것을 ‘지역 사회 폐렴’이라고 하며,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생기는 것을 ‘병원성 폐렴’이라고 한다.

폐렴으로 진단받으면 깜짝 놀라서 입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환자들도 있으나, 폐렴 환자가 다 입원할 필요는 없다.

어린이·고령인·만성질환 합병증이 있는 폐렴 환자는 입원해야 할 때도 있지만 젊은이는 항생제를 복용하면서 통원 치료를 받아도 폐렴을 완치할 수 있다.

폐렴 치료 기간에는 의사의 약물 복용 지시나 생활 습관 개선 등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병세가 급속히 나빠져 패혈증이나 쇼크 등을 일으키기도 하며, 폐농양이나 급성호흡기증후군 등으로 악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폐렴 원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은 호흡기 외에 손과 입을 통해서도 들어올 수 있으므로 손 씻기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흡기 질환이 유행할 때는 마스크 착용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폐렴 주원인인 폐렴 구균은 예방 백신이 나와 있으므로 예방접종도 필요하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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