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종부세 중산층 부담 살피되 초부자는 신중해야

입력
2024.06.17 00:10
27면

성태윤(왼쪽)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7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성태윤(왼쪽)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7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어제 KBS에 출연해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종부세는 초고가 1주택자와 가액 총합이 매우 높은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부과하고, 상속세 세율도 30%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야당에서도 개편 지지 움직임이 있는 상황이라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합리적 수준의 개편을 검토하더라도, 과도한 부자감세나 부의 대물림으로 인한 불평등 강화라는 부작용을 세심히 살피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성 실장은 종부세에 대해 “사실상 전면 폐지”를 주장했고, 상속세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세율(26.1%)을 고려해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파트값 급등을 겪으며 실거주 목적의 중산층 1주택자도 종부세를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상속세율은 2000년 30억 원 초과 상속분 세율을 50%(최대주주 할증 시 60%)로 높인 이후 한 번도 개편된 적이 없어 중산층, 가업 승계에 부담이 된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 때문에 야당도 종부세와 상속세를 시대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는데, 이는 성 실장의 의견보다 더 나아간 내용이다.

문제는 적정 수준이 되겠다. 종부세는 투기억제를 위한 보유세의 필요에 공감해도 이중과세, 징벌세 문제는 손봐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개편을 거듭했다. 윤석열 정부는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과세표준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렸다. 여기에 2주택자를 종부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공시가격까지 하락하면서 작년 종부세 대상자는 48만여 명으로 전년(128만 명)보다 크게 줄었다. 중과대상도 2,597명에 불과해 종부세는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다. 상속세 또한 2022년 상속재산 규모가 500억 원을 초과하는 슈퍼부자(26명)를 제외한 상속세 실효세율은 28.9% 정도로, 실제 세율은 명목세율보다 낮다.

정부와 국회는 종부세, 상속세 개편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때, 일반 서민들에게 “정부와 정치권은 부자 걱정만 해준다”는 박탈감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부의 대물림을 지나치게 방조할 경우, 자수성가형 기업인의 출현을 막을 우려도 생긴다.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하며, 정치적 이해에 따라 급하게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56조 원 세수 결손을 기록한 만큼, 세수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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