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리 행사 61개 훼방" 관례 깬 주중 美대사의 작심 비판

입력
2024.06.26 15:30
수정
2024.06.26 18: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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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스 "국가안전부, 미국 행사에 중국인 불참 압력"
중국 "미중 인문 교류 막는 것은 중국 아니라 미국"

니컬러스 번스 주중국 미국대사. 25일 보도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번스 대사는 "중국 정부가 일상적으로 주중 미국대사관 주최 행사에 자국민이 참석하지 못하게 훼방을 놨다"고 주장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니컬러스 번스 주중국 미국대사. 25일 보도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번스 대사는 "중국 정부가 일상적으로 주중 미국대사관 주최 행사에 자국민이 참석하지 못하게 훼방을 놨다"고 주장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중국이 주중 미국대사관 주최 행사에 자국 국민들의 참석을 막으며 훼방을 놓고 있다고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가 주장했다. 주재국 정부에 대한 공개 비판을 자제하는 외교적 관례를 깬 '작심 발언'이다.

25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번스 대사는 "중국은 (미중) 양국 국민을 다시 연결하자고 하지만, 이를 불가능하게 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최근까지 주중 미국대사관이 주최한 61개의 공개 행사에 중국인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일부 중국인은 국가안전부 등 기관에서 심문을 당하기도 했다고 번스 대사는 덧붙였다. 그는 중국의 이 같은 행동이 일회적이지 않고 "일상적"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번스 대사가 중국 정부를 이처럼 강경한 어조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본국과 주재국 간 관계를 고려해 대사가 주재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외교적 관행과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미국대사관 행사를 방해한 구체적 행동과 횟수까지 공개했다는 것은 그동안 누적된 불만이 폭발했다는 의미다. 중국이 미국 등 경쟁국 대사관 동향을 집중 감시한다는 것은 베이징 외교가에선 공공연한 비밀인데, 그에 대한 항의 성격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하며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우드사이드=AP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하며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우드사이드=AP 연합뉴스

번스 대사는 또 중국 정부가 중국 학생들의 미국 대학 진학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전역에서 열린 대학 진학 상담 행사에 미국 외교관의 참석을 불허하는 수법으로 중국인 학생에게 미국 대학을 홍보할 기회 자체를 박탈했다는 것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양국 국민 간 교류를 다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시 주석은 '향후 5년 내 미국 청년 5만 명을 중국으로 초청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인적 교류를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게 번스 대사의 지적이다.

이에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 인문 교류를 막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은 안보를 구실로 미국에 간 중국 유학생에 대해 이유 없이 요란을 떨며 조사하고 송환했다"며 "(미중 간 교류에) 심각한 '칠링 이펙트(위축 현상)'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최근 수 년간 미 당국이 일부 이공계 전공 중국인 유학생들의 미국 입국을 막고 있는 조치부터 해제하라는 것이다. 마오 대변인은 "중국 인민들의 마음속에 미국 이미지는 어떠한가"라며 "(그것은) 근본적으로 미국 스스로에 달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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