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사망' 핑계로 대만해협 순찰 늘린 중국, 이번엔 '사법 관할권' 압박

입력
2024.06.27 15:07
수정
2024.06.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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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민 사망 명분 삼아 법 집행 관할권 주장
"해경 순찰 범위 '점→선→구역'으로 점차 확대
라이칭더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 용인 안 된다"

대만 진먼다오 해역에서 순찰 작전에 참가 중인 중국 푸젠성 해경 대원이 대만 해경선을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타임스 캡처

대만 진먼다오 해역에서 순찰 작전에 참가 중인 중국 푸젠성 해경 대원이 대만 해경선을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타임스 캡처

지난 2월 대만해협에서 발생한 '중국 어민 사망 사건'이 중국의 대만해협 내 '사법관할권 행사'의 명분으로 쓰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어민 사망 사건 이후 대만해협 순찰 상시화를 예고했던 중국 해양경비대(이하 해경)가 아예 '새로운 법 집행 모델'을 확립했다며 노골적으로 대만해협 내 사법권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중앙(CC)TV의 모회사 중앙방송총국이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위위안탄톈과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27일 "중국 푸젠성 해경이 지난 25일 대만 진먼다오 인근 해역에서 정기적인 법 집행 순찰을 실시했다"며 이는 "(대만해협에서) 법 집행 범위를 확대한 새로운 모델 채택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해경 순찰 범위, 4개월 만에 '점→선→구역' 확대

지난 2월 14일 대만 진먼다오 인근 해역에서 대만 해양경비대원들이 물에 빠진 중국 어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지난 2월 14일 대만 진먼다오 인근 해역에서 대만 해양경비대원들이 물에 빠진 중국 어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앞서 지난 2월 14일 대만 관할인 진먼다오 해역에서 중국 어선 1척이 대만 해경의 단속을 피해 도주하다 전복돼 중국 어민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해경은 사건 발생 뒤 "앞으로 진먼다오 해역에서의 정기 순찰을 실시한 것"이라고 선언하고, 지속적으로 순찰 활동을 펴왔다. 이달 25일에도 중국 해경이 진먼다오 부근 해역에서 함정 편대를 조직해 순찰 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대만 당국에 포착됐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전까지의 순찰은 고정된 경로·대형을 따라 수행됐지만 25일 실시된 순찰은 함정 1척 또는 여러 척이 동시에, 예측할 수 없는 여러 구역에서 법 집행 활동을 수행하는 새로운 순찰 모델을 적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4개월간의 순찰 항로를 분석해보면, 중국 해경의 법 집행 범위가 '점'에서 '선'으로, 다시 '선'에서 '영역'으로 확장됐다"며 "이 같은 활동은 대만 어민을 포함한 중국 어민들의 권익을 보호했다"고 주장했다.

어민 사망 사건 발생 초반 순찰 활동이 특정 해역에 중국 해경정을 잠시 파견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진먼다오 해역 전체를 아우르는 수준으로 확대됐다는 뜻이다. 결국 우발적으로 발생한 중국 어민 사망 사건이 중국의 대만 해협에서의 실질적 관할권 행사라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대만에 대한 사법권 주장...회색지대 전술 본격화

라이칭더(오른쪽) 대만 총통이 지난달 28일 화롄 군부대를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화롄=로이터 연합뉴스

라이칭더(오른쪽) 대만 총통이 지난달 28일 화롄 군부대를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화롄=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들어 중국은 유독 대만에 대한 '사법권 행사'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 사법 당국은 21일 '완고한 대만 독립분자'를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국가분열 선동 범죄 처벌에 관한 의견'을 공포했다. 군사력이 아닌 사법권 등을 앞세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이른바 '회색지대 전술'을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은 반발하고 있다. 독립주의 성향의 대만 지도자인 라이칭더 총통은 25일 미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 방문단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최근 들어 군사 작전은 물론 외교·경제·사법적 압박을 토대로 회색지대 전략을 가동해 지역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이 임의대로 여러 분야에 레드라인을 긋고 있는 행위를 국제사회가 용인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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