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서 도끼 휘둘렀던 중국, 이번엔 필리핀 어민 구출... 왜?

입력
2024.07.01 11:00
수정
2024.07.01 11: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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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버러 암초서 부상당한 어민들 구조
무력 충돌 거듭하다 최근 긴장 이완 흐름

중국 해양경비대 함정(오른쪽)이 지난달 29일 남중국해 해상에서 엔진이 폭발한 필리핀 어선으로 접근해 어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중국 해양경비대 함정(오른쪽)이 지난달 29일 남중국해 해상에서 엔진이 폭발한 필리핀 어선으로 접근해 어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병사들을 향해 도끼까지 휘두르며 도발했던 중국이 이번엔 조난을 당한 필리핀 어민 구조에 나섰다. 최근 급격히 고조된 남중국해 긴장을 이완하려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신화통신과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 해안경비대(이하 해경)가 남중국해에서 곤경에 처한 필리핀 어민을 구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스프래틀리군도 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필리핀 어선 엔진이 폭발했다. 이로 인해 어선에 탑승해 있던 필리핀 어민 2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에 중국 해경은 부표와 구명 재킷을 바다에 던져 어민들을 구조했다. 중국 해경은 필리핀 당국에 이러한 사실을 통보했고, 리핀 측은 "중국 측의 인도주의적 조치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고 신화는 전했다.

중국과 필리핀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충돌을 거듭해 왔다. 필리핀은 1999년 세컨드토머스 암초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쓰였던 상륙함을 고의로 좌초시킨 뒤, 이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해병대원 10여 명을 상주시켜 왔다. 이에 중국은 최근 수개월간 필리핀 선박 쪽으로 물대포를 발사하며 강경하게 대응했고, 지난달 15일부터는 남중국해 해역에 진입한 외국인을 구금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시행했다. 같은 달 17일에는 도끼, 망치 등으로 무장한 중국 해경이 세컨드토머스 암초 해역에서 필리핀군을 공격했고, 이로 인해 필리핀군 병사 1명의 손가락이 절단되며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달 17일 남중국해 세컨드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에서 도끼 등으로 무장한 중국 해경들이 필리핀 해군 병사들을 둘러싸며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남중국해 세컨드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에서 도끼 등으로 무장한 중국 해경들이 필리핀 해군 병사들을 둘러싸며 위협하고 있다.

양측 간 긴장이 심상찮을 정도로 치솟자 필리핀은 황급히 갈등 수위 조절을 시도하고 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팔라완섬 서부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전쟁을 유발할 생각이 없고 평화로운 분쟁 해결을 목표로 한다"며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했다. 필리핀 측은 최근 중국에 세컨드토머스 암초 충돌 사건과 관련한 외교 서한도 중국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도 관영 매체를 통해 필리핀 어민 구출 사실을 공개하며 필리핀 측의 긴장 이완 시도에 일단은 호응하는 모습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필리핀은 향후 수주 안에 남중국해에서 미국·호주·일본 등과 함께 해군 합동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어 양측의 긴장 이완 흐름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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