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박제가ㆍ김산 소개하며 “한중 유구한 세월 함께 했다”

입력
2017.12.15 16:5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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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한중 평화에 큰 위협”

양꼬치ㆍ칭따오 등 언급하며

“한국 젊은층에서 中流 유행”

290명 참석 30분간 14회 박수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중국 베이징대학교에 도착해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기에 앞서 재학생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중국 베이징대학교에 도착해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기에 앞서 재학생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15일 중국 베이징대 연설은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가 주제였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향후 한중관계 25년의 미래인 중국 대학생을 상대로 양국의 역사적 동질감을 바탕으로 상호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약 30분 간의 연설 동안 문 대통령은 14번의 박수 세례를 받았고, 마지막에는 기립박수를 받는 등 환대 속에서 진행됐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문 대통령은 연설에 한중 간 역사적 우의를 드러내는 사례들과 중국 고사를 인용하면서 정서적 공감을 얻으려고 노력했다. 또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 ‘대국’ 등 의도적으로 치켜세우며 주변국과의 협력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중국어로 “따지아하오(大家好ㆍ여러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우리나라와 베이징대의 인연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20세기 초 여러분들의 선배들은 5ㆍ4 운동을 주도하며 중국 근대화를 이끌었다”며 “한국 근대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 중 1920년대 베이징대에서 수학했던 이윤재 선생은 일제의 우리 말과 글 말살 정책에 맞서 한글을 지켜냄으로써 나라를 잃은 어두운 시절 빛을 밝혀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18세기 북학파의 선구인 박제가ㆍ홍대용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박제가는 베이징을 다녀온 후 중국을 배우자는 뜻으로 ‘북학의’라는 책을 썼다”며 “같은 시대 베이징에 온 홍대용이란 학자는 엄성, 육비, 반정균 등 중국학자들과 ‘천애지기(天涯知己ㆍ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알아주는 각별한 친구)’를 맺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천애지기가 수만으로 늘어나 한국에는 중국 유학생 6만 8,000명이, 중국에는 한국 유학생 7만 3,000명이 공부하고 있다”며 “중국과 한국은 지리적 가까움 속에서 유구한 세월 동안 문화와 정서를 공유해 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삼국지연의’를 좋아하는데, 적에게 쫓기는 급박한 상황에서 하루 10리밖에 전진하지 못하면서도 백성들에게 의리를 지키는 유비의 모습은 ‘사람이 먼저’라는 저의 정치철학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인 한류처럼 한국에서도 중국의 게임, 양꼬치와 칭따오 맥주, 마라탕이 유행하는 것을 ‘중류(中流)’라고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이끈 대장정에도 조선 청년이 함께 했다”며 한국의 항일군사학교였던 ‘신흥무관학교’ 출신 김산도 소개했다. 이어 “중국과 한국이 식민제국주의를 함께 이겨낸 것처럼 동북아에 닥친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인생락재상지심(人生樂在相知心ㆍ서로를 알아주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다)’라는 왕안석의 시 명비곡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며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역지사지하며 서로를 알아주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특히 양국 지도자ㆍ정부ㆍ국민 간의 다양한 소통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전날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통(通)’이라고 적은 고(故) 신영복 선생의 서화 작품을 선물한 사실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대문호 루쉰(魯迅)의 글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그는 “루쉰 선생은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으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며 “미지의 길을 개척하는 여러분의 도전정신이 중국과 한국의 새로운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는 한국인 유학생을 포함해 베이징대 학생과 교직원 290여명이 참석했고, 행사장 입구에서 유학생과 현지 학생들이 양국 국기를 흔들며 환영했다. 베이징대 측은 ‘대학당(大學堂ㆍ베이징대의 옛 이름)’이라고 적힌 문패를 전달했고,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 ‘운명’ 중국어판을 선물했다.

베이징=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중국 베이징대에서 연설을 마친 뒤 하오핑 당서기(오른쪽)에게 자서전 '운명' 중국어판을 선물하고 있다. 왼쪽은 린젠화 베이징대 총장. 베이징=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중국 베이징대에서 연설을 마친 뒤 하오핑 당서기(오른쪽)에게 자서전 '운명' 중국어판을 선물하고 있다. 왼쪽은 린젠화 베이징대 총장.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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