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 완전 점령' 선언... 우크라는 "No"

입력
2023.05.21 19:30
수정
2023.05.21 22:3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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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해방 작전 완수 축하" 승리 공식화
젤렌스키 "남은 게 없다... 비극" 발언 후
"러시아에 함락된 건 아니다" 정정 나서
미국, F-16 지원 추진... 러 "엄청난 위험"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 연합뉴스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승부처로 여겨진 '바흐무트 공방전'이 결국 러시아군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10개월 가까이 양측이 교전을 거듭한 끝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흐무트 완전 장악을 공식화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를 거의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로선 이번 전쟁의 상징적 요충지였던 바흐무트를 끝내 러시아에 내준 셈이다.

다만 이로써 전쟁의 판도가 러시아 우세로 기울었다고 속단하는 건 이르다. 일단 우크라이나 측이 '바흐무트 함락'을 부인하며 대통령의 종전 발언을 정정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F-16 전투기를 비롯, 서방의 강력한 무기 지원을 등에 업고 대대적 반격에 나설 공산이 크다. 당초 예고했던 봄철 대반격이 조만간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바흐무트는 마음속에"... 함락 인정?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이날 "바흐무트가 파괴됐고, 남아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비극이지만, 오늘 바흐무트는 우리 마음속에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주요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가 러시아에 함락됐다는 걸 사실상 인정한 발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부랴부랴 정정에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바흐무트가 우크라이나의 통제하에 있느냐. 러시아인들은 바흐무트를 함락했다고 한다'라는 기자 질문에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뒤 이어져 나온 탓에 오해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바흐무트 점령' 주장을 부인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차관도 "우리 군이 바흐무트 교외 측면에서 진격 중이고, 이곳 일부를 여전히 통제 중"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몇 시간 후 "우리 군이 바흐무트에 남아 있다. 러시아에 함락된 게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 '바흐무트' 지역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 '바흐무트' 지역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럼에도 러시아의 '바흐무트 대첩(大捷·크게 이김)'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전날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인 바그너그룹과 러시아 국방부는 "바흐무트 해방을 완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푸틴 대통령이 바흐무트 해방 작전 완수를 축하했다"고 승리를 공식화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G7 외교전'에 '바흐무트 완전 점령' 선언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아니다'라는 짧은 답변이 혼란을 유발했지만, 그는 '도시의 상실'처럼 보이는 식으로 한탄하며 슬픈 어조로 말했다"며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 통제권을 거의 잃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크라이나 소도시 바흐무트는 이번 전쟁의 핵심 요충지로 꼽혀 왔다.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를 완전히 점령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말쯤부터 바흐무트에 공격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도 사수 의지를 굽히지 않으며 결사적 방어에 나섰고, 양측의 소모전이 계속돼 왔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21일 히로시마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확대세션 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뉴스1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21일 히로시마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확대세션 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뉴스1


미, 우크라 F-16 훈련 승인... 러 "엄청난 위험" 경고

우크라이나는 미국 등 서방의 대규모 무기 지원을 통해 국면 전환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마침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숙원이던 'F-16 전투기 지원' 방침을 시사한 건 천군만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9일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의 F-16 전투기 훈련 계획을 전격 승인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F-16을 조종할 수 있도록 미국이 훈련을 돕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확전 가능성과 비용 및 관리 문제 등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F-16 지원 요청을 거듭 거절해 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승인 결정과 함께, 현재 F-16을 보유한 유럽 국가들을 통한 전투기 지원에도 물꼬가 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CNN방송은 "유럽 동맹국들이 F-16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재수출하는 방안을 바이든 행정부가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F-16에는 미국의 군사 기밀이 대거 포함된 만큼,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제3국이 이 전투기를 보낼 땐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 유럽 4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도 미국의 결정만 기다려 왔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며 경고했다. 알렉산더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미국의 F-16 지원 방침에 대해 전날 "서방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계획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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