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 지났지만 복귀 565명…사법 절차 속도 내는 정부

입력
2024.03.02 04:30
1면
구독

전공의 13명에 업무개시명령 공시송달
최후 수단 동원, 행정·사법 절차 초읽기
이탈자 8,945명, 복귀 비율은 6% 수준

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진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한(지난달 29일)이 지나자마자 행정·사법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일 전공의 대표자 10여 명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공시송달했고, 경찰은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들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정부가 수차례 "엄정한 법 집행"을 예고한 만큼 3·1절 연휴가 끝나면 미복귀자에 대한 행정처분과 무더기 고발이 잇따를 전망이다.

복지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조규홍 장관 명의로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서'를 공고했다. 대상은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동국대 일산병원, 건국대병원, 충북대병원, 조선대병원, 분당차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등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 13명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도 포함됐다.

업무개시명령서는 직접 교부 또는 우편(등기)으로 발송해야 하나 폐문·부재 및 주소 확인 불가 사유로 송달이 곤란한 경우 행정절차법에 따라 공시송달로도 전달할 수 있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행동에 나선 지난달 19일부터 현장 점검을 거쳐 병원을 이탈한 약 9,500명에게 문자메시지, 수련부장의 통보, 등기우편 등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28일에는 복지부 직원이 박 비대위원장과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자택을 직접 찾아가 현장 교부했다.

공시송달은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동원 가능한 최후의 수단이다. 동시에 전공의에 대한 행정·사법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송달의 법적 효력을 최대한 확보해 향후 의료계와의 법정 싸움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의협 간부가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명령서 수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뒤집힌 사례가 있었다.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교직원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교직원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첫 제재 대상자는 공시송달에 이름을 올린 전공의 대표자 13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파업이 아닌 자발적 개별 사직이라는 점을 내세워 법망을 피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유리한 지점에 있다고 본다. 신현호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사직서 제출 경위와 진의, 이후 행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1만 명 가까운 인원이 한꺼번에 사직서를 낸 행위를 개별 행동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설사 개별 행동이라 해도 민법상 사직 의사를 밝힌 후 1개월간 근로 의무가 있어 진료 거부는 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코너로 몰린 전공의들도 정부에 맞서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전국 국립대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대구, 대전, 광주, 춘천, 부산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정부의 경고에도 복귀한 전공의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5시까지 환자 곁으로 돌아온 전공의는 전국 100개 수련병원 기준 565명뿐이다. 같은 날 오전 11시 기준 이탈자 8,945명(71.8%)에 비하면 6%에 불과하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아직 근무지로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집단행동을 접고 속히 환자 곁으로 돌아와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