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우스와 브릭스의 중동 확장

입력
2024.03.05 04:30
27면

중동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지난해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글로벌 사우스는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단순한 지리적 분류를 넘어 세계 국제질서 재편의 새로운 변화를 반영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대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보인 미온적 태도는 글로벌 노스와 글로벌 사우스 간의 이해관계 차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는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브릭스는 미 달러 의존도를 줄이는 탈달러화 거래를 촉진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대응하기 위해 신개발은행(NDB)을 설립하는 등 국제금융체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왔다.

2024년 1월, 아랍에미리트, 이란, 이집트 세 중동 국가가 브릭스에 공식 가입하면서 브릭스의 중동 확장이 성사되었다. 중동 국가들의 브릭스 합류는 향후 중동 지역이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에 기반한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중추적 역할을 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아랍에미리트, 이란, 이집트와 함께 정식 회원국으로 초대받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막판까지 망설이다가 가입을 하지 않은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브릭스를 통해 신흥 강국들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사우디 비전 2030의 성취를 앞당기려 했다. 만일 사우디아라비아가 브릭스에 가입했다면, G20 및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이어 브릭스의 파트너가 되는 첫 중동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왜 브릭스 합류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가입을 꺼렸을까?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입 철회는 전통적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미중 경쟁 구도하에서 중국이 브릭스를 활용해 위안화 사용을 촉진하고,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신중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브릭스 가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추후 가입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브릭스의 중동 확장은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과 함께 나타나는 세계질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브릭스와의 협력 과정에서 중동 국가들이 보이는 다양한 입장 차이는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이런 배경하에서 향후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과 그에 따른 국제질서 변화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중동 국가들과 브릭스의 협력 양상과 브릭스의 중동 확장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다.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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