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행동주의펀드의 도전 뿌리쳤다…주주총회서 배당 확대·자사주 매입 모두 부결

입력
2024.03.15 18: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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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 연합 총 7,364억원 배당 요구
삼성물산, 주총 표 대결에서 77% 지지 얻어
"신규 투자 중점…다양한 주주환원 방법 고민"

15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삼성물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15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삼성물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이 배당 규모와 자사주 매입 등 안건을 놓고 행동주의 펀드 연합과 벌인 표 대결에서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지지를 얻고 크게 이겼다.

삼성물산은 15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이익 배당과 관련해 이사회가 올린 안을 의결권 있는 주식 77%의 찬성으로 채택했다. 행동주의 펀드 연합의 배당 확대 안은 23%의 지지를 받아 부결됐다.



앞서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 등 행동주의펀드 연합은 이사회가 제시한 안(보통주 2,550원, 우선주 2,600원)보다 1.7배 더 많은 보통주 주당 4,500원(우선주 4,550원)으로 배당을 늘리고 5,0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다. 이들의 현금배당 요구는 7,364억 원 규모로 이사회 안보다 76.5%(3,191억 원) 더 많으며 자사주 매입 요구까지 합하면 1조2,364억 원에 달한다. 이들의 제안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글래스루이스의 지지한국 정부의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추진과 맞물려 주목받았지만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행동주의 펀드 주주환원 요구 이어질 듯

삼성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 서초사옥. 연합뉴스


애시당초 이날 주총 결과는 삼성물산의 예고된 '승리'였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삼성물산 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일가가 30%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에 우호적인 KCC와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각각 9.17%, 7.25%다. 반면 5개 행동주의 펀드 지분은 1.46%에 불과하다.

행동주의 펀드 측을 대리하는 도현수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이날 주총장에서 "삼성물산의 우량 자산이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주주들은 지속적으로 투자 손실을 보고 있다"며 "삼성물산의 비효율적인 자본 배분,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 불명확한 전략 등으로 주주들이 성장에 따른 수익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규종 삼성물산 부사장(CFO·최고재무책임자)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신규사업 투자를 비롯해 일관성 있고 균형 있는 정책 유지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약 1조 원 규모 보통주 총 781만 주(지분율 4.2%)와 자사가 보유한 우선주 전량인 16만 주(지분율 9.8%)를 소각하는 안을 함께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사내이사로 오세철 건설부문 사장과 이준서 패션부문 사장이 연임됐으며 이재언 상사부문 사장이 새로 선임됐다. 사외이사로는 최중경 한국가이드스타 이사장이 연임됐고 새 사외이사로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를 선임했다.

한편 고려아연, 금호석유화학, KT&G 등도 경영권과 주주환원 등을 놓고 치열한 표 대결이 예고돼 있다. 고려아연은 19일, 금호석유화학은 22일, KT&G는 28일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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