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분당 내과 교수 사망… 병원 "과로 판단 어려워"

최근 외래진료, 당직 이어와
전원됐지만 중환자실서 사망
부산대 안과 교수 사망 이어

22일 대구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종합병원 내과 교수가 장폐색으로 수술을 받고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0일 오전 사망했다. 병원 측은 "과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의료공백을 메우던 필수 의료 의사들이 스러지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분당의 한 종합병원 50대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A교수는 19일 갑작스러운 장폐색을 호소하며 1·2차 수술을 받았다. 이후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20일 오전 중환자실에서 사망했다. A교수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외래 진료와 당직 근무를 이어왔다고 한다.

병원 측은 과로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과로에 대해 병원이 판단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는 유족이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A교수의 사망이 의료 공백 상황에서 무리하게 근무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회장은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스비스(SNS)에 이 교수의 사망 경위가 담긴 메신저 내용을 캡처해 올리며 "얼마 전 (부산대) 안과 교수의 사망에 이어 내과 교수가 또 돌아가셨다"면서 "무리하지 말라.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무리하고 계시냐"고 글을 썼다가 유족 요청으로 삭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의사도 의료공백 피해자" "일선 현장 지키는 의사들부터 지켜야 한다"며 안타까운 반응이 쏟아졌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부산대병원의 40대 안과 교수가 지주막하뇌출혈로 자택에서 사망했다. 사망한 교수는 해당 과 전공의 10명이 집단 사직으로 이탈하면서 외래 진료와 당직, 응급 환자 수술을 도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사망 원인을 수사 중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앞서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교수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고용노동부에 대학병원 등 전공의 수련병원에 대한 근로감독을 요청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