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현주소 보여준 조태열의 베이징 방문

입력
2024.05.15 04:30
23면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조태열 외교장관이 회담이 열린 13일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주변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조태열 외교장관이 회담이 열린 13일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주변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조태열 외교장관이 13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양국 현안을 놓고 회담했다. 미중 갈등과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긴장고조를 노린 북한 도발 등 단기간 내 해결할 수 없는 양국의 안보, 경제 현안이 첩첩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이나 큰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 외교장관의 베이징 방문이 2017년 문재인 정부 시절 강경화 장관 이후 6년 6개월여 만에 이뤄진 점만 봐도 양국관계는 정상적이지 않다.

회담 결과를 보면 나아간 바 없이 서로 원하는 말만 했다고 볼 수 있다. 조 장관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한 역내 긴장과 비핵화, 국제 제재를 무너뜨리는 북러 군사협력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하면서 중국 내 탈북자의 강제북송에 대한 우려도 전달했다. 왕이 부장은 대한반도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으나, 성과로 볼 만한 중국 측 ‘선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

반면 왕이 부장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 문제에 대한 우리 측의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또 보호무역주의를 함께 반대하고, 국제자유무역 시스템 유지와 생산 공급망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흐름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 정부가 그간 밝혀온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가 중국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점과,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등 경제 봉쇄 전략에 동조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양국 고위급 회동은 상호 이해를 넓히면서 양국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측면에서 자주 이뤄져야 한다. 오랜 기간 미뤄지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답방 또한 성사되길 기대한다. 특히 조 장관의 베이징 방문 주목적이기도 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시기와 의제가 원만하게 조율돼 역내 긴장완화와 3국 협력에 기여하길 바란다. 왕이 부장이 회담에서 밝힌 대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로 상호 신뢰를 증진한다면 양국 발전은 물론 동아시아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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