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담낭암, 복부 초음파검사로 조기 발견하면 수술로 거의 완치

입력
2024.06.23 09:00
수정
2024.06.25 18:5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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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신준호 강북삼성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신준호 강북삼성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이전에는 최악의 암으로 불리기도 했던 담낭암이지만 최근 건강검진 등으로 복부 초음파검사를 많이 시행하면서 조기 발견이 늘어나 수술로 거의 완치하는 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신준호 강북삼성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이전에는 최악의 암으로 불리기도 했던 담낭암이지만 최근 건강검진 등으로 복부 초음파검사를 많이 시행하면서 조기 발견이 늘어나 수술로 거의 완치하는 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간에서 만들어진 쓸개즙(담즙)이 십이지장까지 이동하는 길을 담관(담도)이라고 하는데, 담관 옆에는 쓸개(담낭)가 있다. 담낭에 생긴 용종(혹) 가운데 악성이 담낭암이다. 2022년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0년 24만7,952건의 암이 생겼는데, 이 중 담관암(담도암)과 담낭암(쓸개암)은 7,452건(전체 암 발생의 3.0%)이었다.

그렇지만 담낭암은 5년 생존율이 28.9%밖에 되지 않는 ‘고약한’ 암이지만 건강검진 등으로 복부 초음파검사를 많이 시행하면서 조기 발견이 늘어 수술로 거의 완치하는 환자가 많아졌다.

‘간·담낭·췌장암 수술 전문가’ 신준호 강북삼성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를 만났다. 신 교수는 “전체적으로 담낭암의 5년 생존율이 낮지만 복부 초음파검사 등으로 조기 발견하면 수술로 100% 가까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암”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1998년 내시경 갑상선 절제술을 국내 최초로 시행하는 등 복강경 수술 전문가다.

-담낭암일 때 어떤 증상이 생기나.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담낭암은 특이한 증상이 없을 때가 많다. 다만 담석과 동반된 염증이 있으면 오른쪽 상복부 불편감과 통증, 발열 등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담낭암 조기 발견이 늦어져 근치적 수술을 받는 환자는 30% 정도에 불과하다. 다행히 건강검진 활성화로 담낭암 조기 발견이 늘면서 수술 가능한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담낭암 발병 위험 인자로는 담석과 용종 등 2가지다. 우선 담석은 담낭암의 가장 큰 위험 인자다. 담석 크기가 3㎝ 이상이거나(1㎝일 때보다 암이 발생할 위험이 100배가 넘는다), 담석이 오래됐거나, 담석과 동반된 ‘선천성 췌담관 기형(췌담관 합류 기형·APBDU)’ 등이 있으면 담낭절제술을 하는 게 좋다. 담낭암과 연관된 담낭 용종은 5~10% 정도다. 담낭 용종 크기가 1㎝ 이상이거나, 50세가 넘었는데 목이 없는 평평한 단일 용종이거나, 담석도 함께 있다면 담낭암일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진단하나.

“가장 간단하게 효과적으로 진단하는 방법이 복부 초음파검사다. 담낭 질환이 의심되면 복부 초음파검사가 선별 검사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데, 담낭암의 형태학적 진단에 이용된다. 담낭암은 형태학적으로 담낭 내강을 거의 충만하는 ‘괴상형(massive type·내강 충만형)’, 담낭 벽 일부가 두꺼워지는(肥厚) ‘벽비후형’, 담낭 내강에 돌출하는 종괴(덩어리)로 나타나는 ‘균상형(용종형)’으로 나뉜다. 벽비후형 담낭암이라면 만성 담낭염이나 담낭 근육층이 두꺼워지는 담낭선근증과 구별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담낭 내강에 용종·결석 등 이상 소견이 나타나면 추적 검사를 시행하는 게 좋다. 또한 복부 조영 증강 컴퓨터단층촬영(CT)과 내시경 초음파검사,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암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래도 암 여부를 확진하려면 조직 검사가 필요하다.

조직 검사는 담낭 내 이상 병변만 하기 힘들기에 조기 진단을 위해 담낭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 조직 검사에서 암으로 확진되거나 영상 검사에서 암으로 의심되면 다른 장기로 전이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시행하기도 한다. CEA·CA19-9 같은 담낭암과 관련된 종양 표지자 검사도 시행하지만 수치가 높다고 반드시 담낭암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치가 높다면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치료는 어떻게 시행하나.

“담낭암은 수술적 절제만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또한 영상 검사에서 나타나는 담낭암 병기(病期)에 따라 절제 범위를 정한다. 담낭암 1기라면 단순 담낭절제술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이때 적용하는 수술법으로는 개복(開腹)과 복강경, 로봇 수술 등 3가지가 쓰인다.

수술로는 복강경과 로봇 수술이 대세다. 복강경 수술은 수술 부위에 0.5~1㎝ 굵기의 투관침을 삽입할 3~4개의 작은 절개창을 내고 진행한다. 개복 수술보다 상처가 적고 회복이 빨라 수술 후 2~3일 내 퇴원할 수 있다.

로봇 수술은 배를 열지 않고 작은 절개창을 통해 시행하므로 복강경 수술과 비슷하지만 복강경 수술보다 환자에게 이점이 많다. 로봇 수술도 수술이 필요한 부위에 작은 절개창 몇 개만 내고 수술을 진행한다.

특히 최근에는 절개창 하나만 내고도 수술(단일공 로봇 담낭절제술)이 가능해졌다. 집도의는 로봇 수술 기구 끝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3D HD 영상을 전송받아 환자 배 속을 10배 확대해 손금 보듯이 진행하므로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다. 개복 수술은 피부를 15㎝ 정도 절개한 뒤 진행하며, 7~10일 정도 입원해야 한다. 개복 수술은 최소 침습 수술이 불가능한 일부 환자에게만 시행된다.

이처럼 담낭암은 외과적 절제가 유일한 근치적 치료법이지만 수술 환자는 25~30%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수술해도 50% 이상 환자가 원격 전이 형태로 재발한다.

따라서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같은 보조적 치료를 해야 할 때가 많다. 불행히도 확실한 효과가 있는 항암제는 아직 없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는 플루오로피리미딘·젬시타빈 등의 항암제를 권고하고 있다.”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불행히도 별다른 방법은 없다. 다른 암처럼 술·담배 등을 멀리하고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 한 가지 추천할 것은 건강검진 시 복부 초음파검사를 시행해 간·담낭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담낭 내 병변을 미리 발견하면 담낭암으로 확진돼도 1기라면 담낭 절제만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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